한국, '세계 2위 속도' 초고령사회 진입… AAL 국제표준 선도 나선다

장세갑 2026. 6. 8. 17:4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태화 IEC SyC AAL 위원장 "빠른 표준이 초고령사회 해법" … 정부, 수년간 AI 데이터·품질 프레임워크 축적

한태화 IEC SyC AAL 위원장 "빠른 표준이 초고령사회 해법" … 정부, 수년간 AI 데이터·품질 프레임워크 축적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이, 노인 돌봄 기술 'AAL(능동형 생활 지원, Active Assisted Living)'의 국제표준화를 직접 주도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과 능동형 생활 지원 국제표준화 회의(IEC SyC AAL)는 지난 6월 5일(금) 서울 강남구 삼성호텔 라벤더홀에서 'AAL 표준화 콜로키움 2026'을 공동 개최했다. 'A³ AgeTech와 AX 시대의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한 AAL 국제표준화 전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정부·공공기관·의료계·산업계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데이터 기반 돌봄 체계와 그 전제인 국제표준화 방향을 집중 논의했다.

AAL은 센서·인공지능(AI)·웨어러블·홈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노인이 요양시설이 아닌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자립적으로 생활하도록 돕는 기술·서비스 체계로, 낙상 감지·복약 관리·인지기능 모니터링·응급 대응·고립 완화 등을 포괄한다.

이번 포럼을 주관한 한태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연세의료원) 교수는 노인 돌봄 기술의 국제 규격을 정하는 IEC SyC AAL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이 이 국제표준화 회의를 직접 주관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인구 구조의 절박함과 표준 선도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동시에 보여준다.

한 위원장은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국가"라며 "AAL을 둘러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빠른 표준, 그리고 한국이 직접 설계한 한국형 표준화야말로 초고령사회 문제 해결의 전제이자,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20.3%인 1051만 4000명으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고령사회(2017년)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한국은 단 25년이 걸린 것으로, 154년이 소요된 프랑스나 36년이 걸린 일본과 비교조차 어려운 속도다.

데이터 측면의 현실과 과제는 신순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가 짚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건강보험 데이터 전문가인 신 교수는, 공단이 자격·진료·건강검진·장기요양에 이르는 방대한 노인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고 소개했다. 만 60세 이상 약 51만 명을 22년간(2002~2023년) 추적한 노인코호트 데이터베이스(DB)가 대표적이며,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은 1,040만 명(전체의 19.6%), 장기요양 등급 인정자는 116만여 명에 이른다.

다만 신 교수의 메시지는 자랑이 아닌 경고였다. 그는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개방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AI가 가장 안전하게(연합학습·합성데이터), 가장 쓰기 좋은 형태로(표준화·공통데이터모델) 다양한 생활 데이터와 결합해 플랫폼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 전략의 전환 방향을 "데이터가 풍부한(Data-rich) 단계에서 AI가 곧바로 쓸 수 있는(AI-ready) 단계로, 과거를 기록하는 DX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AX로"라고 압축하며, AI 학습용 데이터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AI 데이터 품질인증제' 도입을 제안했다.

흩어진 데이터를 실제 활용 가능한 표준 데이터로 바꾸는 작업의 토대는 정부가 이미 다져 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고윤석 본부장은 "AI에서 기술을 걷어내면 결국 남는 것은 데이터"라며, 정부가 여러 해에 걸친 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방대한 AI 데이터셋을 확보·공개해 왔다고 설명했다.

고 본부장은 다만 "확보한 데이터라 해서 모두 학습과 서비스에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핵심 해법으로 정부가 수년간 다듬어 온 'AI 데이터 품질관리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데이터의 획득·수집부터 정제, 가공(라벨링), 학습, 운영·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을 산출물·품질활동과 함께 하나의 표준 골격으로 정의하고, '구축–자가점검–검증' 주체를 분리하는 거버넌스를 결합해 누가 작업하든 동일한 품질에 도달하도록 한 체계다. 이는 AAL 표준화의 가장 본질적인 과제—노인 건강·돌봄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고 실제로 쓸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하는 일—의 골격이 이미 정부 손에 있음을 의미한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잘 정제된 표준 데이터의 가치를 그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데이터의 기틀은 정부가 깔았고 그 위에서 작동할 AI 기술도 빠르게 성숙하는 만큼, 이번 포럼 참석자들은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형 AAL 표준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라는 위기를, 한국이 만든 표준을 세계가 채택하는 '표준 선도국'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행사는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과 IEC SyC AAL이 주최하고, 연세의료원(AAL센터)·NIA·비투엔·플라잉마운틴·KOAIM이 주관했으며, 전자신문·센머니·한국AI스마트홈산업협회가 후원했다.

장세갑 기자 csk@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