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확대만으론 안 된다”…수소산업, 수요 확보가 경쟁력
“수입 중심 활용 시장 키워 동북아 수소허브로 도약하는 것이 현실적 전략”
[수소신문] "한국은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하는 국가가 아니라 활용 중심의 수요국에 가깝다. 국내 생산 여건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입 기반 활용 시장을 키워 동북아 수소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수소시장이 기대와 투자 중심의 성장 국면을 지나 사업성과 수요처 확보 여부를 검증하는 단계로 접어든 만큼, 한국 역시 생산 확대 경쟁보다 수요 기반 구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수전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수전해 프로젝트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최종투자결정(FID)을 받거나 운영 중인 사업은 전체의 약 23%에 불과하다.
반면 전해조 제조 설비는 공격적으로 확대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 세계 전해조 제조 능력의 약 60%를 차지하며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수소산업의 평가 기준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술 개발과 생산설비 확대 자체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과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 여부가 투자 판단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요인도 설비 가격보다 전기요금과 설비 이용률이라고 분석했다. 수소 생산단가(LCOH)는 전해조 가격보다 저렴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중국산 저가 전해조 확산에 대해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전해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수소생산 비용에서 전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종 수소생산단가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청정수소 인증 체계도 생산 방식 중심에서 탄소배출량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등 생산 공정에 따라 수소를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수소 1㎏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청정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역시 청정수소 인증제를 통해 배출량 수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도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강 교수는 국가별 수소산업 전략도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저가 생산 기반의 내수 시장을 구축하고 있고, 유럽은 정책 기반 수요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중동과 호주는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출형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발전 단가가 높아 대규모 수전해 생산에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산업은 생산 확대 자체보다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장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먼저 10~100MW 규모의 초기 상업 프로젝트를 통해 운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후 산업단지와 연계한 수요 기반 상업화 모델을 구축한 뒤 해외 청정수소·암모니아 도입과 연계하는 단계적 확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공급 과잉 국면에서는 단순히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수요처가 확보된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는 수입 수소 활용 생태계를 구축해 동북아 수소 허브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