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흑자인데 달러 유입 지체…해외 예금 역대급 급증 탓

조계완 기자 2026. 6. 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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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경제가 경상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지만,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보유한 현금·예금이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하고 은행들의 해외 단기 차입금 상환도 역대급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국내 유입을 이런 현상이 지체시키고 상쇄하고 있어, 경상수지가 원화 환율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는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국제수지 동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4월에 경상수지 282억달러 흑자를 냈으나, 그동안 안정적인 외화 유입 경로로 여겨져온 경상수지 흑자 관련 외화 유입 여부가 최근 국내 외환시장에 주요 변수로 대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로 확보된 외화가 국내 은행들의 대규모 해외 단기 차입금 상환으로 빠져 나가고, 벌어들인 달러도 은행들이 갖고 있는 해외 예금계좌에 대거 묶여 있다는 것이다.

4월 국제수지의 금융계정 항목을 보면, ‘기타투자’에서 4월에 136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화가 해외로 유출됐다. 기타투자는 직접투자·증권투자·파생상품투자를 제외한 계정으로, 주로 국내 은행들의 해외보유 예금·현금 및 차입금 등을 나타낸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예금은 4월에 사상 최대규모인 121억6천억달러로 급증했다. 나아가 은행들의 4월 대외 차입금 상환금액(64억3천억달러)도 사상 9번째로 큰 규모였다. 해외 현금·예금 및 차입금상환은 ‘외환 순유출’을 의미한다.

국제금융센터는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 은행시스템 안으로 실제로 유입돼야 원화 가치 강세를 이끄는 ‘경상수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국내 은행들의 대거 해외 단기 차입금 상환과 사상 최대규모에 이른 해외 보유 달러예금이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달러의 국내 유입을 지체시키고 상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상수지에서 대규모 흑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 및 외화자금 시장에서 외화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는 또 “최근 외국인투자자 증권자금 유출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외환수급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상수지로 벌어들인 외화도 국내로 잘 유입되지 않고 있어 외환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 다 .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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