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직원 10명 중 8명 “우리 조직이 문제”…4년 전 부실선거 자인하고도 반복했다
상임위원 임기 6년, 하위규칙으로 2년 바꿔 17개 자리 전원 내부 순환
선거철 휴직자 급증에 ‘채용비리 통로돼’ 경고도...6·3 사태 파장 거세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 수년 전부터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조적 문제가 매년 국회에서 지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채용 비리' '내부 인사 돌려막기' '선거철 휴직자 급증' 등 보고서에 담긴 선관위 내부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관위 직원 10명 중 8명조차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부실관리 관련 설문조사에서 "조직이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나 4년여 만에 부실선거 문제가 또 발생하며 선관위 개혁론이 들끓고 있다.
4년 전엔 "선거관리 충실한 조직으로 개편해야"
시사저널이 8일 2021~23년 '중앙선관위 세입·세출 결산 검토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선관위 직원 1520명은 2022년 4월4~8일 '선거관리 혁신위원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조직 구성·운영이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응답자 2006명(정원 2961명) 중 76%가 조직 문제를 자인한 것이다. 조사는 20대 대선(2022년 3월9일) 사전 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기표 용지를 사무원들이 바구니나 상자 등에 수거해 옮겨 논란이 된 후 진행됐다.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이 터지자 선관위는 자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 혁신위는 부실관리의 원인으로 특별관리대책 부실, 정책결정 시스템 결함, 홍보 부족, 구조적 인력 문제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사전투표 약 일주일 전인 2022년 2월25일에야 관리대책이 수립됐고, 문제가 터진 뒤에도 대응은 지체됐다. 혁신위는 노후 장비 전수 교체, 핵심 선거 업무와 무관한 기능 축소·폐지, 외부 전문기관의 조직 진단 등을 건의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결산 검토보고서에는 전반적인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담겼다. "선거 관리 중심의 유기적 조직개편 및 시·도위원회의 실질적 역할 강화, 중앙위원회 인력 10% 이상 감축 등 선거관리에 충실한 조직 개편, 일하는 직원이 대우받을 수 있는 인사제도 확립, 선거사무 중심의 합리적인 전보·승진 체계 마련 등의 선거관리 역량강화를 위한 인사시스템 마련 등을 (혁신위가)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위 결과보고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선관위, 전국 17개 상임위원 내부 인사로만 채워
폐쇄적인 선관위 시스템 문제도 나왔다. 전국 17개 시·도선관위 상임위원 전원이 선관위 내부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선관위법에 따르면, 상임위원은 중앙선관위와 시·도선관위 위원장을 보좌하고 사무처 사무를 감사한다. 법관·검사·변호사 5년 이상 경력자, 행정학·정치학·법률학 부교수 이상 경력자도 상임위원 자격이 있다. 외부 인사가 제도적으로 상임위원에 임명될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내부 인사들로만 채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 행안위 결산 검토보고서에는 "상임위원을 선관위 공무원으로만 지명하면서, 그 임기를 법정임기인 6년이 아닌 하위규칙(선관위법 시행규칙)을 통해 2년으로 축소·운영하며 고위직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명시됐다. 또 "내부적 이해관계를 지닌 선관위 공무원만 시·도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하는 현행 구조는 조직·인사상 복무기강 해이와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같은 관행적 부조리를 야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려는 실제 드러났다. 2023년 5월 선관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 선관위 고위직의 자녀 등이 2013~23년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게 핵심이었다. 처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고 자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선관위는 조사 결과 수사요청대상자가 4명이라고 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수사요청 대상자는 27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초유의 채용비리 사태...'휴직자 급증' 영향도 거론
채용비리만 문제가 된 게 아니다. 국회 행안위 결산 검토보고서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선관위는) 그간 국회 등에 허위 답변·자료 제출로 대응하거나, 자체점검을 증거인멸(자료파기, 말 맞추기 등)의 기회로 활용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보고서에 기재했다. 이번 사태의 구조적 배경도 거론했다. "헌법상 독립기구라는 이유로 설립 60여년동안 한 번도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받지 않으며, 자체 감사만 고집한 결과 조직 운영과 인사 시스템 전반에 걸쳐 법령과 규정을 무시하는 관행이 뿌리박힌 결과라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철 휴직자가 급증 문제가 채용비리 통로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9년 이후 2024년 1월까지 8차례 규칙을 개정해 정원을 115명 늘렸다. 그런데도 결원은 해마다 반복됐다.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있는 달의 휴직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됐다. 사유도 육아휴직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반질병휴직, 가족돌봄휴직, 해외동반휴직 등이다.
휴직자 수는 21대 국회의원총선거가 치러진 2020년 4월 기준 128명으로, 2019년 4월 기준 109명보다 증가했다. 휴직자 수는 해당 월에 휴직으로 돼 있는 숫자를 의미한다. 2022년 3월9일 20대 대선(2021년 3월 93명→2022년 3월 204명), 2022년 6월3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21년 6월 101명→2022년 6월 226명), 2024년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2023년 4월 152명→2024년 4월 168명)에서도 휴직자는 급증했다.
보고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과거 지방공무원을 경력 채용으로 뽑아온 것이 선관위 자녀 특혜채용의 통로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지적 사항은 이번 사태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선관위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 기준으로 감축 인쇄했고, 투표소별 사전투표율 편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등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지난 3일 본투표 당일 설명한 것과 달리 전국 50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 중 22곳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고 한다. 2022년 혁신위가 "노후 장비 전수 교체"와 "투표소별 현장 대응 체계 강화"를 건의했지만, 4년 뒤에도 현장 준비의 기본인 투표용지 수량 계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파장은 거세다. 2030을 중심으로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여야는 투표용지 부족사태 관련 국정조사요구서를 8일 제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가 대대적인 개혁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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