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근로자 5명 중 1명은 '퇴직급여 사각지대'…여성·청년·고령층 집중

김성서 2026. 6. 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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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국내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은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도입 확대와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단시간·단기근로자와 비정규직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8일 한국노동연구원의 '퇴직급여 사각지대 규모 추정과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임금근로자 2214만 3000명가운데 471만4000명(21.3%)이 퇴직급여 사각지대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퇴직급여 사각지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법적으로는 적용 대상이지만 실제 퇴직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나 계속근로기간 1년 미만 근로자, 단기계약 반복 근로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퇴직연금 사각지대에 놓은 노동자 비율은 2015년 26.6%에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임금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이 퇴직급여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과거에는 제도상 적용 대상이지만 사업주가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발생하는 '실질적 사각지대' 비중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애초에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퇴직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적 사각지대'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별로는 여성 근로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력단절과 시간제 근로, 단기계약 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노동시장 구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37.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15~29세 청년층도 23.9%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고령층의 경우 단시간·단기 일자리 비중이 높고 청년층은 첫 일자리 진입 과정에서 단기근로와 불안정 고용이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산업별로는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과 숙박·음식점업, 도매·소매업 등에서 사각지대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들 업종은 상대적으로 영세사업장이 많고 근로계약 기간이 짧거나 노동 이동이 잦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퇴직급여 사각지대 문제를 단순히 제도 집행의 문제로 접근해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로 인해 법 적용 기준 밖에 있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제도 적용 범위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와 플랫폼 노동 확산, 초단시간 근로 증가 등 노동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이다. 이에 퇴직급여 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의 기본 장치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연구원은 "퇴직급여에 대한 법적 권리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현행 적용 기준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퇴직급여 적용 경계를 재설계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