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원 눈앞” 환율 폭탄 쏟아지는데…속으로 ‘웃는’ 기업도 있어?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6. 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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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한 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은행 환전소 모니터에 달러 원화 구입가가 16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600원선을 향해 치솟으면서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식품·유통업체들은 가격 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차익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환율로 직격탄을 맞은 식품기업들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중동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며 운송비, 연료비 부담이 커진 가운데 환율마저 널뛰자 수입 원자재 가격 인상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식품 기업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왔던 기업들도 환율 부담에 더 이상은 어려운 실정”이라며 “생각보다 환율이 크게 올라 내부적으로 가격 조정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한 동안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지난주 고점을 한단계씩 높이더니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서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550원을 돌파하며 장중 1560원선까지 치솟았다.

[뉴스1]
외환 당국이 이틀 연속 구두개입 카드를 꺼내 급등세 진정에 나섰지만 시장 안팎에선 단기간 내 원·달러환율이 안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가운데 미국 금리 인상 전망까지 더해지자 원·달러환율 상단을 16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밀, 대두, 설탕, 커피 원두 등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일수록 환율이 오르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선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가격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메가MGC커피 등이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업계도 상황이 복잡하다. 명품과 해외패션 브랜드 상당수가 수입 상품인 만큼 매입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브랜드별 가격 인상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물가, 환율 상승의 누적효과에 주의해야 한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0.3~0.5%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유가 급등과 맞물릴 경우 물가 부담은 평상시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만 같은 식품기업이더라도 다 울상만 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고환율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해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한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미국·중국·유럽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오리온 역시 마찬가지다. 오리온 관계자는 “중국,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 해외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고 전체 매출 중 70% 가량을 현지에서 거두고 있다”며 “물론 고환율이 장기화 될 경우 수입 원료 구매 부담이 가중될 수 있지만, 신규 구매선 개발과 글로벌 통합 구매를 통해 효율적인 원가관리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화 가치 하락은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한국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명품과 패션, 화장품 소비가 늘면서 백화점들은 예상 밖 수혜를 누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주요 백화점들은 외국인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5월 외국인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40.6% 증가했고 하이주얼리는 220.1%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도 명품 매출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15.8%까지 확대됐다.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다. ‘K뷰티’ 열풍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 에이피알등은 해외 매출 비중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실적 양극화는 확대될 수 있다”며 “동시에 소비자들은 식품과 생활용품 가격 상승이란 형태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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