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당국 구두개입…이 대통령 "외인 리밸런싱에 일시적 현상"
"달러 부족 위기 아니다"…펀더멘털 견고
NDF·시장교란 점검…은행권 내부통제 주문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외환당국은 최근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훼손보다는 미국 금리인하 기대 약화와 외국인 투자자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통한 쏠림 가능성이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외국펀드 리밸런싱이 환율 상승 큰 요인"이라고 진단하며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4.1원 내린 15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6.1원 오른 달러당 1555.2원에 출발했다. 이는 개장가 기준 금융위기 시기였던 지난 2009년 3월6일(159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외환당국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서자 장중 상승폭을 줄였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오전 11시45분 '외환당국 메시지'를 통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리밸런싱과 차익실현성 매도가 늘어난 점을 환율 상승 주된 원인으로 본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하 지연 우려에 따른 달러 강세,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원화 약세 쏠림 가능성,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지연 심리 등이 맞물리며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환율 급등이 과거 위기 때처럼 달러가 부족해진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수출 호조에 힘입어 지난 4월 경상수지가 282억9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하고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도 지속 상향되는 등 국내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도 이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환율 관련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2~3%포인트(p) 정도 올랐는데 투자 펀드 입장에서는 펀드 안에서 대한민국 보유 비중이 갑자기 커졌다"며 "내부 리밸런싱으로 팔아야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니 수요 요인이 된다. 이게 (환율 상승 요인 중) 제일 크다"고 했다. 다만 "지금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주말 사이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쏠림에 대한 강한 경고음을 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해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쏠림을 점검하고 이를 국내 달러선물환(DF) 거래로 흡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한은·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원화 약세에 편승한 투기적 움직임이나 시장교란 의심 행위를 점검하는 한편, 수출입 기업들이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회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리드 앤 래그(Lead & Lag)' 거래에 대해서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관련기사 : 주말새 환율 1560원선 급등…정부 "투기거래 엄정 조치"(2026.06.07)
당국은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의 후속조치로 이날 오후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주재 '외환시장 관련 은행권 간담회'도 열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HSBC 등 외은지점이 참석해 최근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당국은 은행들에 자체적인 외환시장 행동규범 준수와 시장교란 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증권가는 즉각적인 환율 하향 안정화는 쉽지 않다고 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와 외국인 주식 매도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며 "당장 환율 하향 안정화와 외국인 매도 진정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달러 강세 베팅이 이미 상당 부분 누적된 데다, (원화 약세가) 국내 펀더멘털 악화나 달러 조달 불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만큼 대외 재료가 안정되면 빠른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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