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잠실 봉쇄 시위 나흘째 다시 커진 “부정선거” 목소리···전한길 “이재명 정권 하야해야”

하주언·박민규 기자 2026. 6. 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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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에 붙은 시위 관련 안내문. 하주언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문제로 촉발된 서울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나흘째 이어졌다. 시위는 “재선거”를 요구하는 2030 주축의 참여자들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극우 인사·유튜버 등이 혼재된 양상을 띄고 있다. 현장 수적 우세에 따라 한쪽의 목소리가 커지기도, 양측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여놓은 안내문 “태극기만 흔들어주세요” 위로 엑스(X)자가 선명하게 그어졌다. ‘만’이라는 글자를 지운 자리 위로 “성조기 SSAP가능(완전 가능)”이라는 문구가 파란색으로 덮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치색을 빼고 재선거만 요구하자”던 잠정적 룰이 밤사이 바뀐 흔적이다.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유튜버 전한길 씨가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하주언 기자

오전 8시30분쯤 주차장 한편에서 유튜버 전한길씨와 김현태 전 707단장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전씨는 “청년이 미래다 대학생 여러분. 이재명 정권은 하야하길 바란다”라며 “경향신문·한겨레·MBC·JTBC 등은 여기 사실 그대로 보도해라. 방송국 신문사 불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씨 등을 둘러싼 시민 20여명이 박수를 쳤다.

“본질은 부정선거” “부실선거가 아니라 부정선거”라고 적힌 문구를 옷 가슴팍에 붙인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평일 오전이 되면서 출근, 등교 등으로 전날보다 참여자가 줄은데다 어젯밤 사이 현장에서 구호와 표현을 제한하지 말자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이날 오후 12시 기준 경찰 추산 참가자는 약 1800명이다.

8일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에 시위 참여자들이 모여있다. 하주언 기자

시위대의 주축은 여전히 2030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은 참정권 침해이므로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파주에서 왔다는 A씨(27)는 “이번엔 송파 일부 유권자만 참정권을 침해받았지만 언젠가 내가 그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는 그것대로 하되 참정권 피해받은 사람 있으니 재선거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정권을 요구하는 유권자’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박준환씨(27)는 “가수 오디션 투표에서도 전산 오류가 나면 조치를 취하는데, 국민의 기본권인 선거에서 이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재선거를 안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정치색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젯밤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김한씨(26)는 “저도 부정선거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성조기가 돌아다니고 부정선거를 외치면 정치적 외연이 확장되지 않는다”며 “이 사태는 참정권을 훼손당한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잠실 민주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심모씨(25) 역시 “부정선거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이 시위에서 정치적인 것은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힌편 이날 오전 9시30분쯤 여자 핸드볼 주니어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공과 신발 등 훈련에 필요한 물건을 꺼내기 위해 경기장에 대기하면서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필요한 물품을 챙긴 뒤 오전 10시24분쯤 경기장 밖으로 나섰으나, 시위대의 검문을 받고나서야 나갈 수 있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선수들이 들고나온 공 바구니와 가방을 붙잡고 지퍼를 열어 확인했다.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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