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소 인력 '단톡방' 기록도 확보했다... 선관위 압수수색 초읽기
주말 사이 투표 못한 시민도 조사
합수본 운영 전까지 수사에 진척
직무유기죄 입증돼야 처벌 가능

경찰이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투표를 못 한 시민과 선거 사무 담당 공무원, 선거관리위원회를 고발한 시민단체 등을 잇따라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곧 꾸려진다. 선관위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해지면서 선관위 관계자들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하지 못한 시민들을 주말에 불러 조사했다. 앞서 선거 이튿날인 4일에는 서울 송파구 주민센터 등을 직접 찾아가 선거 사무에 동원된 공무원들에게 현장 상황도 확인했다. 송파구는 2박 3일 봉쇄 시위가 발생한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비롯해 12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역이다.
경찰은 관련자 조사를 통해 선관위가 투표용지 배급 기준을 준수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 오류는 없었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이미 선거 업무 종사자들의 단체대화방 기록을 확보하고, 투표용지 인쇄업체도 특정한 상태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도 8일 광수대가 위치한 강동경찰서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선관위가 유권자 수의 110% 수준의 투표용지 예산을 확보하고도 본투표 때 50% 정도의 투표용지만 준비한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기초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본격 출범하기 전까지 최대한 수사를 진척시킨다는 방침이다. 경찰과 검찰은 하루이틀 안에 합수본 파견 인력을 정할 예정이다.

다만 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지더라도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의도적으로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포기해 국민에게 피해를 입혔을 경우 직무유기죄에 해당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단순한 실수이거나 업무 태만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 경찰 출신인 김재헌 법무법인 베테랑 소속 변호사는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고의적으로 보내지 않았는지가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투표용지가 각 투표소로 배분된 과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인쇄된 투표용지는 시군구선관위가 보관하다 투표일 전 읍면동선관위로 이송하며, 읍면동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봉인해 투표함과 함께 투표관리관에게 인계한다. 투표용지가 시군구선관위에서 읍면동선관위로, 다시 개별 투표소로 배분될 때, 투표소별 투표용지 수량이 적정했는지, 어떤 근거를 토대로 수량을 결정했는지 등 세부 논의 과정이 규명돼야 한다.
김 변호사는 "중앙선관위가 전체 선거 업무를 총괄하지만 투표용지 배분 등은 지역선관위가 담당한다"며 "선관위 관계자의 직무유기 혐의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투표용지 배분 결정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처벌 대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짚었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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