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산골짜기에서 영화 틀고 공연 여는 영화제 직접 가보니

김지은 여행플러스 기자(kim.jieun@mktour.kr) 2026. 6. 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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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 열려
4일~8일 무주군 일대에서 개최
온 세대 아우르는 ‘모두의 축제’

낭만은 기꺼운 일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산골로 향하는 것. 땡볕 아래 땀을 흘리며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 매년 6월이면 이러한 낭만을 찾아 전국 각지의 관객들이 전북 무주로 향한다.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지난 4일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개막했다. 영화제는 8일까지 무주등나무운동장 일대에서 진행했다. 국내에는 수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무주산골영화제는 유독 영화를 매개로 한 지역 축제에 가깝게 느껴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나 가족 단위 관객 등 다양한 이들이 찾는다. 햇빛이 강렬히 내리쬐던 지난 6일,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았다.
등나무 아래 앉아 즐기는 초여름 영화제
“등나무운동장은 제가 콘서트를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연장입니다.” 지난 6일 무대에 오른 가수 십센치(10cm)의 말에 현장에 모인 관객들이 공감 섞인 환호를 보냈다.
무주 등나무운동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무주산골영화제는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무주예체문화관, 한풍루 등 무주군 내 10여 개 공간에서 열린다. 그중 메인 무대는 무주 등나무운동장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관객들 사이에서는 “등나무 운동장 입장권만 있어도 본전을 뽑는다”라는 후기가 오갈 정도다.

​등나무운동장에 들어서면 무주의 산자락이 한눈에 펼쳐지고, 등나무 스탠드가 운동장을 감싸고 있다. 햇빛을 가려줄 등나무 그늘 아래나 무대와 가까운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두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영화제를 즐긴다.

지난 6일 등나무운동장에서 야외토크를 진행 중인 변성현 감독과 홍경 배우/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곳에서 배우와의 토크쇼, 야외상영, 공연 등 다양한 무대가 열린다. 6일 아침은 ‘불한당’, ‘굿뉴스’ 등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과 배우 홍경의 디렉터즈 포커스 토크쇼로 문을 열었다. 이후 ‘더 로즈: 컴백 투 미’ 야외 상영과 지소쿠리클럽 공연이 차례로 진행됐다.

​친구와 함께 3년째 방문하고 있다는 정 씨는 “3만 원에 하루종일 영화도 보고 공연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매년 등나무운동장 입장권만 사서 놀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등나무운동장 무대에서 가수 10cm의 공연이 열렸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날 저녁 무대에 오른 십센치는 “등나무운동장은 콘서트장 빼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연장”이라며 “국내 어디를 돌아다녀도 등나무 스탠드가 펼쳐진 공연장은 이곳밖에 없다. 그래서 무주산골영화제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뒤로 붉게 물든 하늘과 푸른 산이 펼쳐졌다.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 영화 ‘신입생’에 맞춰 우측에서 전자음악가 키라라가 실시간으로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무주산골영화제의 자랑이자 등나무운동장의 하이라이트는 해가 진 뒤에 시작한다. 영화제에서는 매년 무성영화 라이브 연주를 진행한다. 소리가 없는 무성영화에 음악가들이 실시간 연주를 더하는 프로그램이다. 6일에는 국내 대표 전자음악가인 키라라가 해롤드 로이드의 ‘신입생’에 맞춰 라이브 연주를 진행했다.

​러닝타임 내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 ‘해롤드’가 마침내 미식축구 경기에서 활약하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영화 속 경기 관중과 등나무운동장 관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린이도 주인공’ 웃음소리 끊이지 않는 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는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제 곳곳에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입장권이 필요 없는 구역과 부스가 많다는 점도 무주산골영화제를 모두의 축제로 만드는 요소다. 특히 올해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한층 다양해진 점이 눈에 띄었다.
야외 놀이터에서 폐자전거로 만든 회전목마를 타는 어린이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키즈스테이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빨간풍선-신나는섬’/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최북미술관에는 야외 놀이터를 비롯해 실내 놀이공간 나비타룸, 키즈 워크룸 등이 마련됐다. 시간대별로 영화와 공연이 이어지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소방관이 비눗방울로 불을 끄는 콘셉트의 ‘Show방관-불이야’에는 아이들이 몰려들며 큰 호응을 얻었다.
키즈마켓 ‘무지개 해피파워’ 부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어린이가 만든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키즈마켓도 열렸다. 딸 이서정 어린이와 함께 ‘무지개 해피파워’ 부스를 운영한 참가자는 “매년 관객으로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았는데,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서 함께 참여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키즈마켓 공고를 보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부스에서는 이서정 어린이가 거제도 바닷가에서 주운 돌을 직접 칠해 1000~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직접 만든 물건을 설명하는 어린이 셀러들의 모습은 어느 상인 못지않게 진지했다.

키즈마켓 현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혜주 무주산골영화제 미디어콘텐츠 팀장은 “올해는 영화뿐 아니라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늘리고자 했다”며 “모두가 함께 즐기는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도, 놀이터를 뛰어다니는 아이도 모두 영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올해도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며 관객들을 맞고 있었다.

무주(전북)=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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