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전도 ‘차이나 공습’…中 하이얼, 유럽서 삼성 맹추격
中 내수 넘어 유럽 프리미엄 시장서 정면승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Haier)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냉장고를 유럽 시장에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온 프리미엄 AI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저렴한 가격에 AI 기능과 스마트홈 생태계까지 더해 프리미엄급 첨단 기술까지 한국 가전 못잖게 선보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이 같은 경쟁력을 앞세워 자국 시장을 넘어 유럽 프리미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최근 유럽 시장에 프리미엄 냉장고 신제품 '호라이즌 쿨링(Horizon Cooling)' 시리즈를 공개했다.
하이얼에 따르면 이 제품은 AI 기반 식품 관리 시스템인 'AI 푸드 케어 시스템'을 적용했다. 냉장고 내부 카메라와 AI 기술을 활용해 식재료를 자동 인식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유통기한까지 추적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통해 선보인 식품 인식과 재고 관리, 레시피 추천 기능과 유사한 개념으로 평가된다. AI를 활용해 단순 저장 기능을 넘어 식재료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성이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하이얼은 신선도 유지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육류와 생선을 장기간 신선하게 보관하는 '뉴트리뱅크' 기술과 채소·과일 보관을 위한 습도 제어 기능, 사용자 맞춤형 온도 설정 기능 등을 탑재했다. 일부 모델에는 문을 열지 않고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 기능도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품 공개가 단순한 신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해온 유럽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AI 기능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하이얼은 단순한 중국 가전업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하이얼은 2025년 기준 글로벌 대형 가전 판매량 기준 1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얼은 2018년 이탈리아 가전업체 캔디(Candy)를 4억7500만유로(약 7400억원)에 인수하며 후버(Hoover) 브랜드까지 확보했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아우르는 멀티 브랜드 체제를 구축하며 유럽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하이얼의 유럽 매출 또한 2022년 230억위안(약 4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당시 유럽 가전 수요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핵심 성장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본토에서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판매를 중단하는 등 사업 재편에 나섰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결정이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과 현지 시장 내 경쟁 심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삼성전자 TV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4월 기준 오프라인 판매액 기준 3.62%에 그쳤다. 냉장고와 세탁기 점유율도 각각 0.41%, 0.38%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가전 브랜드가 최근에는 보급형 외에도 프리미엄 영역까지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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