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때린 금융시장…증시 급락에 지역 제조업도 원가 비상

김명환 기자 2026. 6. 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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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29%·코스닥 9.08% 동반 급락 속 시장 안전장치 발동
외국인 매도·반도체주 약세·원자재 수입 부담까지 겹쳐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고환율 충격이 8일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원화 약세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우며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했고 환율 부담은 원자재와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제조업의 원가 압박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 불안은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미국 반도체주 급락이 한꺼번에 겹치며 커졌다.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달러 강세가 원화 약세를 자극했고 환율 상승은 다시 외국인 매도를 부르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29% 하락한 7천484.4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도 9.08% 떨어진 911.39로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한때 7천500선 아래로 밀렸고 서킷브레이커와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정지인 매도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코스닥도 1천선이 무너진 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시장 불안이 확산됐다.

하락세는 외국인 매도세가 주도했다. 장중 한때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천680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개인이 매수에 나섰지만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기에는 부족했다. 올해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도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에 흔들리며 지수 하락을 키웠다.

금융시장 불안을 키운 변수 가운데 하나는 환율이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직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6.1원 오른 달러당 1천555.2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 환율이 1천550원대로 올라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3개월 만이다.

환율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키운다.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기준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확대되면 증시 약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

달러 강세를 키운 배경도 부담이다. 미국의 5월 비농업 고용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고 중동 정세 불안은 유가와 물가 부담을 다시 자극했다. 외환 당국이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환율 쏠림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장 초반 시장 불안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고환율은 증시 밖에서도 부담을 키운다. 원유와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은 같은 물량을 들여와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제조 원가가 오르면 기업 수익성은 압박받고 수입 물가 상승은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주식시장으로 향할 자금이 예금과 채권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커진다.

고환율 충격은 금융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원자재와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제조업체들도 생산비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의 자금 여력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대구상공회의소 조사에서 지역기업의 60.3%는 최근 1년간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제조업에서는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을 자금난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비율이 74.8%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원자재와 부품 매입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환율 흐름이 길어질 경우 지역 제조업체들은 설비 투자나 신규 사업보다 당장 생산 원가와 운전자금 관리에 더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대구 성서산단의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달러 결제가 많은 원자재 가격이 최근 몇 달 새 크게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오르면 부담이 배가된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충격은 단순한 주가 조정이 아니라 고환율이 금융시장과 제조업 원가를 동시에 압박하는 국면으로 봐야 한다"며 "환율이 잡히지 않으면 외국인 매도는 쉽게 진정되기 어렵고 원자재와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지역 제조업도 비용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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