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비올라로 바꾼 韓 청년”…애플 CEO 앞에서 앱 시연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애플파크에서 한국 대학생 개발자가 애플 최고경영진 앞에 서서 자신이 만든 앱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애플의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Swift Student Challenge) 우승자인 정윤재(21)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이다. 그는 비올라 학습 애플리케이션 ‘레비올라’(LeViola)를 개발해 전 세계 젊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이날 정씨는 팀 쿡 CEO와 차기 CEO로 지명된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SVP) 앞에서 실제 악기 없이 비올라를 연주하는 동작을 선보였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왼손으로 지판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활을 긋는 시늉을 하자, 눈앞에 놓인 아이폰에서 깊고 선명한 비올라 음색이 흘러나왔다. 앱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실제 연주 경험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정씨는 교환학생으로 미국 뉴욕에 오면서 오랫동안 연주해 온 비올라를 가져오지 못한 아쉬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만으로도 악기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도록 앱을 설계했고, 그 결과물이 애플의 학생 개발자 경연대회 우승으로 이어졌다.
시연이 진행되는 동안 쿡 CEO와 터너스 부사장은 “멋지다”, “환상적이다”, “훌륭하다”는 감탄을 연이어 내놓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팀 쿡 CEO는 “정윤재 학생의 작업은 혁신이 학습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며 “한국의 차세대 개발자들을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고, 그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시연을 마친 뒤 정씨는 “올해는 쿡 CEO가 참석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타나 놀랐다”며 “여러 차례 리허설을 거친 덕분에 마지막 시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애플 제품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서울 가로수길 애플스토어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관련 포스터를 방에 붙여놓을 정도의 팬이었다. 애플파크 건설 과정도 꾸준히 지켜봤던 그가 이제는 개발자로 성장해 애플 최고경영진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에 선 것이다.
우승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제출 당시 앱도 일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결과 이메일을 열어보면서도 다음에는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우승 소식을 보고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번 개발 과정에서 애플의 개발도구인 엑스코드(Xcode)에 탑재된 인공지능(AI) 기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파이선으로만 코딩했는데 AI의 도움을 받아 애플 개발 언어인 스위프트로 전환하는 과정이 훨씬 쉬워졌다”며 “예전 같으면 도전하기 어려웠을 작업이 이제는 훨씬 접근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시대에는 순수한 코딩 능력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예전에는 모든 코드를 직접 작성해야만 내 작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 전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앞으로 레비올라를 확장해 다양한 관현악기를 학습하고 연주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한편, 여러 악기를 결합한 디지털 오케스트라 공연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구상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일상 속 불편을 해결하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나 사람들을 연결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발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때 애플파크 공사 영상을 찾아보던 한국의 한 학생이 이제는 그 공간에서 세계 최대 기술기업의 현재와 미래 경영진 앞에 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였다. 정씨의 사례는 AI가 개발의 문턱을 낮추는 시대에 창의성이 얼마나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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