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쇼크’가 쏘아올린 공 “AI, 실제로 돈 돼?”…거품론 재점화

김상범 기자 2026. 6. 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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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8일 서울대학교 해동첨단공학관에서 열린 ‘빌드어클로(Build-a-Claw)’ 행사장을 찾아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미국 증시에서 시작된 ‘반도체 쇼크’로 코스피 지수가 8일 급락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AI 산업 성장 기대감에 국내외 AI·반도체 주식 가격은 빠르게 상승했지만 실제로 빅테크 기업이 수익을 낼지, AI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등 근본적인 물음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번 증시 조정은 우선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전 세계 자금이 몰린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 투자한 만큼, 기대만큼 수익이 나오는지 따져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정타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였다. 브로드컴은 구글·메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위한 맞춤형 칩을 설계하는데, 이번 발표에서 향후 매출 전망을 상향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AI 관련 수요·투자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당장 AI 산업에서 수익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혔다. 이날 뉴욕 증시를 주도하던 미국 반도체주는 8~11% 급락했다.

특히 현재는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들만 돈을 벌고 있는데, 궁극적으로 반도체 칩을 사들이고 있는 하이퍼스케일러들까지 수익을 낼 수 있어야 AI 호황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로드컴을 도화선으로 시장이 AI 수익화의 숫자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라며 “모든 장밋빛 미래를 앞당겨 반영한 주가가 부담스러워지는 구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최근 증시 상승이 엔비디아 등 AI 관련 기업이 주도해 온 만큼 시장 전반의 과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는 이미 지표로도 확인된다.

이번달 미국 S&P500의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41.57을 가리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가 고안해 ‘실러 지수’라고도 불리는 CAPE는 주가를 기업의 10년치 평균 수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의 과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S&P500 기업들의 10년 평균 수익보다 이번 달 주가가 41배 비싸다는 의미다. 실러 지수가 40을 넘은 시기는 닷컴버블 정점 전후였던 2000년대 초반이 유일하다.

빅테크 기업의 수익성이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당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메모리 기업의 실적이 꺾일 일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AI 연산용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공급 병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AI 관련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며, 공급 부족 상황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취재진에게 “전 세계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다”라며 “(하락은) AI 주식을 더 싼 가격에 살 기회”라며 거품론을 일축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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