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피하려 숲 산다… 英 부유층 몰리는 ‘절세형 산림 투자’ 논란

윤예원 기자 2026. 6.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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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40% 피하는 산림 투자… 10년 새 가치 두 배로 뛰어
나비 서식지에 들어서는 조림 사업… 환경단체 “생물다양성 위협”
“스코틀랜드 토지 모두 투자자들 손에”…지역 사회 반발 확산

상속세 절감을 노린 투자 자금이 영국의 상업용 산림으로 몰리면서 환경과 지역사회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조림(造林) 사업으로 희귀종 서식지가 위협받는 한편, 광대한 토지가 자산운용사와 부유층 투자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접경 지역에 있는 토드리그(Todrig) 농장의 모습./크라우드펀더(Crowdfunder) 홈페이지 캡처

영국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각) 영국 내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경계 지역인 토드리그(Todrig)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림 사업 갈등을 소개하며, 상속세 절감을 노린 투자 자금이 산림으로 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영국 내에서도 스코틀랜드를 중심으로 산림 투자 수요가 늘면서 환경 훼손 논란이 커지고, 토지가 대형 투자자들에게 집중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 상속세 줄이고 자산 늘리고… 산림이 부자들의 투자처 된 이유

산림 투자가 현지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세제 혜택 때문이다. 영국의 상속세율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자산에 대해 40%가 적용된다. 반면 상업용 산림은 2년 이상 보유하면 기업자산공제(Business Property Relief) 대상이 될 수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발생하는 가치 상승분에는 소득세와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벌채 시에도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산림 가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림 매매업체 우드랜즈닷컴(Woodlands.co.uk)의 안톤 배스커빌은 가디언에 “상속을 고려하는 자산가라면 산림 투자를 검토할 만하다”며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산림은 가장 매력적인 절세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도 특히 스코틀랜드는 산림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사모펀드 업계 거물인 가이 핸즈와 호텔 사업가인 줄리아 핸즈 부부는 수만 에이커 규모의 스코틀랜드 토지를 보유해 왔으며, 덴마크 유통 재벌 안데르스 포블센은 스코틀랜드 최대 개인 토지 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로스차일드 가문을 비롯한 영국의 유력 자산가들도 산림 투자 펀드에 참여하고 있다.

◇ “희귀종 서식지 훼손된다” 주민·환경단체 반발

토드리그는 이러한 투자 열풍이 향한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약 580헥타르 규모인 이 지역은 초지와 황무지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멸종위기 취약종인 북부갈색부전나비(northern brown argus)를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런던 자산운용사 그레셤하우스(Gresham House)는 2022년 토드리그를 1200만파운드(245억원)에 매입한 뒤 상업용 조림 사업을 추진했다. 토드리그 매입 가격은 불과 3년 전보다 6배 뛰었다. 영국에서는 최근 탄소 흡수와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한 상업용 조림 사업이 늘고 있으며, 성장 속도가 빠른 시트카 가문비나무(Sitka spruce)가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수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그레셤하우스의 토드리그 사업이 북부갈색부전나비가 서식하는 초지와 황무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나비 서식지 보전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졌고, 환경당국이 추가 조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사업은 현재 재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 협의회 의장인 카밀라 파울러는 “이런 방식의 조림은 기존 경관을 훼손하고 단일 수종 중심의 숲으로 대체해 생물다양성을 해친다”고 말했다. 버터플라이 컨저베이션의 연구원 아피타니 본도 “한 번 나무가 심어지면 초지는 사라진다”며 “현재와 같은 수준의 종 다양성을 갖춘 초지가 형성되기까지는 수백 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 스토틀랜드 토지, 투자자들 손에… “지역사회 영향력 약화”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투자 열풍이 생태계뿐 아니라 토지 소유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광대한 토지가 자산운용사와 부유층 투자자에게 집중되면서 지역사회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 커뮤니티 랜드 스코틀랜드(Community Land Scotland)의 조시 도블 정책 담당 이사는 “그레셤하우스는 지난 14년 동안 스코틀랜드에서만 약 7만3000헥타르의 토지를 확보했다”며 “대형 자산운용사가 토지를 소유할 경우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책임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레셤하우스는 상속세 절세 수단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회사 측은 “투자자의 대부분은 기관투자자이며 상속세 혜택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토드리그 사업은 장기적인 환경·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설계됐다”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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