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북한에 한라봉 보낸 제주도... 통일부 "정부 차원 아냐"

김영헌 2026. 6. 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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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라봉 묘목 50그루 등
선박 통해 북한 측에 전달해
16년 만 남북교류사업 재개
통일부 "정부 차원 지원 아냐"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북한에 의료기기와 한라봉 묘목 등 1억6,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통일부 허가하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뤄진 첫 남북교류협력 사업이다. 제주도의 대북 교류는 2010년 5‧24 대북제재 조치 이후 16년 만이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8일 브리핑에서 “지난달 4일 남북협력사업의 일환으로 북한에 신장 투석기와 소나무재선충 방제약, 한라봉 묘목 등 1억6,000만 원 상당의 물품이 중국 다롄항을 거쳐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다”며 “다만 해당 물품이 북한에 도착했는지 공식적인 회신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해 11월 5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에서 북한 감귤 보내기 사업 재개 등에 대해 협력을 요청하면서 추진됐다. 이어 제주도는 11월 18일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면담을 통해 남북협력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이어 11월 19일에 열린 제주도 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남북협력기금사업 추진을 의결했다.

오 지사는 지난 2월 27일 중국 현지에서 북한 대남공작원인 리호남 전(前) 주중 북한대사관 참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이 자리에서 소나무재선충 방제약과 신장 투석기, 한라봉 등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와 북측 실무단이 중국에서 만나 실무 협의도 진행했다. 김 국장은 “지난 2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제주도 대표단이 북측과 만나 남북협력사항에 대한 전반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단계별로 사업 진행을 하는 것을 전제로 감귤, 의료복지, 산림방재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양돈과 관광산업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북측과 협의한 내용에 따라 3월 9일 통일부에 구체적인 지원 물품 목록을 정해 대북 반출 신청을 했다. 신고 품목은 긴급의료지원 차원에서 신장 투석기와 소모품들, 한라봉 묘목 50그루, 비닐하우스 시설, 재선충 방제약 등이다. 통일부의 반출 승인에 따라 해당 물품들은 4월 1일 인천항에서 중국 다롄항으로 출발했다.

김 국장은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의료·복지·생활 관련 교류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법이나 유엔 제재 품목에 준수해 지원해 위법 사항은 없다"며 "지원된 물품은 북측의 협력 단체인 조선장애인후원회사에서 그 목적에 맞게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먼저 전달한 한라봉 묘목 등을 통해 향후 재배기술 전문인력 지원까지 확대하는 등 제주도 차원의 다양한 남북협력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영훈(왼쪽) 제주지사가 지난해 11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제주형 남북교류협력사업인 북한감귤보내기 사업 재개 등을 논의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1999년 제주 감귤 북한 보내기 운동을 시작으로 전국 최초로 지자체 단위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북한에 감귤 4만8,328톤과 당근 1만8,100톤을 보내 '비타민C 외교'로 불렸다. 북한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제주도민을 초청해 4차례에 걸쳐 750여 명이 방북했다. 2009년부터는 제주 흑돼지 협력사업을 추진해 분만사 1동과 양돈 기자재 18종을 지원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5·24조치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제주도는 남북교류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08년부터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80억 원이다.

통일부는 이번 사업이 정부 차원의 지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윤민호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제주도 측이 신청한 북한주민접촉신고 및 물품 반출신청에 대해 관련 법적 요건에 따라 승인했다"면서도 "지자체는 정부 당국은 아니기 때문에 법인의 하나로 정부 차원의 교류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 인도적 협력은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4년 처음으로 0건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에도 없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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