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호령, ‘포기’대신 ‘도전’으로 버텨낸 12년…‘나’만의 길을 찾다
‘반쪽 선수’ 한계, 치열한 주전 경쟁속 기죽지 않으려 노력
생존 위한 타격 폼 교정·다잡은 멘탈로 강한 존재감 증명
든든한 선배로, 팬들에게 기쁨 주는 선수로 최선 다할 것


2015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10라운드 102순위 지명.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김호령을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비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긴 경쟁의 시간을 버텼고, 타격 부진과 주전 경쟁의 벽도 넘어섰다. 백업을 전전하던 힘겨운 시기를 지나 지난해부터는 팀의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역시 공수에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며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다. 광주매일신문 창사 35주년을 맞아 김호령에게 지난 12년의 야구 인생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프로야구 선수의 길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출발선부터 남다르게 가파르다.
KIA 등번호 27번, 외야수 김호령은 화려한 유망주가 아니었다. 2015년 KIA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명 순위는 10라운드 102순위. 드래프트 마지막 단계에서 가까스로 이름이 불린 선수였다. 당시만 해도 그가 12년 가까이 한 팀에서 살아남아 통산 800경기 이상을 뛰고,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하며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눈앞에 두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광주매일신문 창사 35주년을 맞아 지난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호령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담담하게 돌아봤다. 인터뷰 내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스스로를 크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10라운드 선수만이 알 수 있는 생존의 시간이 녹아 있었다.
김호령은 신인 시절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기죽지 않으려 했던 마음을 이야기했다.
“10라운드로 지명됐다고 해서 기죽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다 같은 프로 선수라고 생각했고, 계속 발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의 프로 생활을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프로 입단 이후 김호령은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5년 103경기에 출전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는 124경기에 나서 타율 0.267, 121안타, 19도루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 강한 어깨를 앞세워 외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프로의 벽은 높았다.
수비는 인정받았지만 타격이 늘 과제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외국인 선수와의 경쟁, 젊은 유망주들의 등장, 주전 경쟁 속에서 김호령은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야 했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프로 3년 차 이후를 꼽았다.
“수비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타격이 안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타격에서 눈을 뜰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기록은 냉정했다.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거나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시기가 이어졌다.
특히 2023년 타율은 0.179에 머물렀다. 76경기에 나섰지만 안타는 17개뿐이었다. 2024년에는 더 힘들었다. 64경기에서 타율 0.136을 기록했다.
방망이가 따라주지 않았다.
돌파구도 쉽게 보이지 않았다. 선수 개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이 시기에 자신감을 잃는다. 일부는 기회를 잃고, 일부는 유니폼을 벗는다.
하지만 김호령은 버텼다.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더 들여다봤다.
그 과정에서 변화의 계기가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김호령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2025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283, 94안타, 6홈런, OPS 0.793을 기록했다. 수비형 외야수라는 기존 이미지를 넘어 공격에서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반등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 현재 55경기에서 타율 0.282, 60안타, 8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465까지 올라갔다. 이미 개인 최다 홈런 기록인 8개와 타이를 이뤘다.
특히 경기 후반 집중력이 돋보인다.
올 시즌 7회 이후 타율은 0.377이다. 61타수 23안타를 기록했고 홈런도 4개를 터뜨렸다. 7번 타순에서는 타율 0.486을 기록 중이다. 좌투수 상대 타율도 0.324로 높다.
과거의 김호령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는 변화의 배경으로 타격폼 수정을 꼽았다.
“타석에서 변화가 많았습니다. 타격폼도 수정했고 타이밍에 대한 부분도 많이 느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이범호 감독이다.
“이범호 감독님께서 타격폼 수정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이후 좋은 결과가 나오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이어 현재의 타격 코치진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기술적인 변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호령은 오히려 야구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으로 멘탈 관리를 꼽았다.
“야구가 안 될 때 멘탈이 많이 흔들립니다. 안 된 것을 계속 생각하게 되고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 역시 긴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나며 자신을 다스리는 법도 조금씩 배웠다.
팬들의 응원 역시 큰 힘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김호령을 향한 팬들의 관심과 응원도 눈에 띄게 커졌다.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챔피언스필드는 환호로 가득 찬다.
“호수비를 했을 때 팬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 주십니다. 그럴 때가 너무 좋습니다.”
김호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역시 수비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외야수의 조건은 무엇일까.
망설임 없는 답이 돌아왔다.
“판단입니다.”
그는 “판단이 빨라야 스타트가 가능하다”며 “좋은 외야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판단 능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을 향한 시선도 따뜻했다.
최근 KIA 외야에는 박재현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김호령은 “후배들이 잘하고 있습니다”며 “옆에서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함께 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언제나 든든한 선배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KIA는 그에게 특별한 팀이다.
2015년 입단 이후 단 한 번도 다른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프로에 입단하지 못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저를 뽑아준 팀입니다. 정말 감사한 팀입니다.”
짧지만 진심이 담긴 답변이었다.
이제 김호령은 또 다른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선수 생활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담담했다.
“잘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FA를 크게 의식하지는 않습니다. 작년처럼 임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인생의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다.
하지만 김호령은 여전히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운동장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입니다.”
화려한 수식어는 없었다.
스타 플레이어를 꿈꾸겠다는 말도 없었다.
하지만 그 한마디는 김호령이라는 선수의 야구 인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10라운드 102순위.
누군가는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버텼고, 끝내 자신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 ■ Q&A >
Q. 신인 시절의 김호령을 다시 만난다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A. 내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의 말을 좀 더 들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타격에 대한 제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Q. 야구 선수가 아닌 평범한 김호령은 어떤 사람인가?
A. 조금 소심한 성격인 것 같습니다.
Q. 최근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A. 지난달 19일 LG와의 홈 경기에서 3홈런을 쳤을 때입니다.
Q. 다시 태어나도 야구선수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A. 어릴 때는 축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경험을 모두 알고 다시 태어난다면 결국 다시 야구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 게임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면서 쉬는 시간입니다. 쉬면서 회복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주홍철 기자 jhc@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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