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지 마”… 취임 첫 회의 앞둔 연준 의장 공개 압박한 트럼프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케빈 워시에게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시장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반대 방향의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낮은 금리 덕분에 성장했다”며 “연준은 경제가 성공하면 금리를 올려 그 성공을 죽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올릴 이유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연 3.5~3.7% 수준인 기준금리를 1%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임 의장인 제롬 파월에 대해서도 금리 인하가 늦다며 “멍청이”, “얼간이”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6일 발표된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전월 대비 17만2000명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4월 수정치(17만9000명)보다는 소폭 둔화했지만 여전히 강한 고용 흐름을 이어갔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음에도 미국 경제가 예상 밖의 탄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도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워시 의장 취임을 앞둔 지난달 19일 미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189%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란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준 내부에서도 물가를 더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조만간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노동시장은 대체로 균형 상태에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큰 우려”라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오는 16~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한다. 과거 상대적으로 비둘기파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취임 직후 맞닥뜨린 환경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용은 예상보다 견조하고 물가는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길 바란다”면서도 “경제가 잘될 때는 금리를 올려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과 백악관의 시각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가운데 워시 의장이 첫 FOMC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워시가 금리 인하는커녕 시장의 금리 인상 기대를 진정시키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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