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양 전략적 요충지 '차고스 제도' 매입 검토"
트럼프 "넘길 수 없다" 동의 철회 후
"모리셔스에 대가 지불하고 구입 고려"

영국이 모리셔스에 반환하려 했던 차고스제도를 미국이 매입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이 실효 지배하는 차고스제도는 인도양 중앙부에 위치한 60여 개의 섬과 환초로 이루어진 군도다. 차고스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섬은 미군이 동아프리카와 중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는 주요 전략기지로 활용돼왔다.
영국 정부는 차고스제도의 주권을 모리셔스에 이양하고, 제도 내 디에고가르시아섬의 군사기지를 최소 99년간 통제하는 협정을 지난해 5월 체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대에 협정 이행을 최근 보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우호적인 모리셔스에 차고스제도의 통제권이 넘어가면 적대 세력의 해상 첩보 활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차고스제도 매입 검토
영국 텔레그래프는 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모리셔스로부터 차고스제도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매입안을 마련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도 마쳤다. 미국은 현재 차고스제도를 실효 통치 중인 영국 대신, 영토를 양도받을 예정이었던 모리셔스와 담판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국과 모리셔스는 장기간의 영토 분쟁 끝에 지난해 5월 차고스제도 반환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현재 양도 협정 이행은 미국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영국이 차고스제도를 반환하기 위해서는 1960년대 체결한 기지공유협정을 수정해야 하는 만큼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이란이 핵 협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디에고가르시아의 공군기지를 사용해야 한다"며 협조를 거부했다. 미국·이란 전쟁 개전 직후 영국이 미군의 기지 사용을 불허한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했다. 양국 사이에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비난하면서 차고스제도는 양국 사이의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중국 감시망 확장 우려
미국으로서는 주요 군사 거점을 모리셔스에 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미국 측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디에고가르시아섬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서 매우 중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군사기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영 공동 기지를 포함한 차고스제도 자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차고스제도 매입이 비록 최우선 해결책은 아니지만, 미국이 검토 중인 여러 제안 중 하나"라며 "미국이 모리셔스에서 차고스제도를 할양받기 위해서는 우선 영국과 모리셔스 간의 양도 절차부터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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