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옷 입는 시대 온다”…한세실업 휴머노이드 의류 첫 선

남혜정 기자 2026. 6. 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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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세실업이 인공지능(AI)을 넘어 휴머노이드 시대를 겨냥한 미래 의류 시장 개척에 나섰다. 사람을 위한 옷을 만들어온 의류 제조·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일하게 될 휴머노이드 로봇을 위한 의류라는 새로운 영역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세실업은 8일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시대를 상상한 미래 의류 전시 ‘웨어 더 퓨처(Wear the Future)’를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손지연 연구개발(R&D) 본부 이사가 발표에 나서 휴머노이드 의류 개발 배경과 디자인 방향, 기능성 소재 적용 가능성 등을 소개했다.

김익환 부회장은 이날 “한세실업의 DNA는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라며 “3차원(3D) 디자인과 AI 활용에 이어 다음 단계로 휴머노이드와 로봇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세실업은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지만 휴머노이드와 로봇이 미래에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든다면 그 로봇이 입을 옷은 한세실업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세실업은 관계사인 한세엠케이와 함께 기획·제작한 휴머노이드 의류를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를 돕는 휴머노이드, 돌봄 현장에서 노인을 보조하는 휴머노이드,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서비스 공간에서 사람을 응대하는 휴머노이드 등 역할별 의류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번에 선보인 옷들은 장시간 로봇을 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열을 고려해 냉감 소재가 적용됐으며, 다양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착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형태 복원력이 우수한 기능성 원단을 활용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휴머노이드의 광범위한 가동 범위를 감안해 어깨와 무릎 등 주요 관절 부위에는 입체적인 패턴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설계한 게 특징이다.
손 이사는 “로봇은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냉감 소재가 중요하다”며 “사람에게는 무작정 차가운 소재를 적용할 수 없지만 로봇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소재들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고 있으며, 향후 완전히 다른 소재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한세실업의 글로벌 디자인 역량도 반영됐다. 한세실업은 서울, 뉴욕, 바르셀로나 등 글로벌 거점에서 140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운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과거에는 바이어가 디자인을 모두 정하고 생산을 요청했다면, 지금은 한세실업이 시장 트렌드와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디자인과 컬러, 사이즈까지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의류 시장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한세실업은 로봇 가격 하락과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일부 휴머노이드형 로봇은 2만 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와 있다”며 “몇 년 내 집집마다 한두 대씩 있을 수 있는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세실업은 가정용과 산업용 시장을 모두 열어두고 접근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가정이든 공장이든 산업 환경이든 다양한 시장을 열어놓고 생각하고 있다”며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쉬는 시간이 거의 필요 없는 로봇이 투입됐을 때 줄 수 있는 부가가치는 크다”고 설명했다. 로봇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언급됐다. 손 이사는 “뉴욕 오피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여러 회사, 관련 소재를 개발하려는 스타트업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미 이메일을 보내고 대화를 시작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역시 “다양한 회사와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구체화되면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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