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전략 수립·인력 충원…"중장기 관점서 준비" 예·적금·대출 넘어 연금·자산관리로 확대
8일 카카오뱅크가 퇴직연금 사업 진출을 준비하며 연금·자산관리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 제공=뉴스1
카카오뱅크가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예·적금과 대출 중심으로 성장해온 인터넷전문은행이 연금·자산관리 영역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퇴직연금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전문인력 충원에 나섰다. 퇴직연금은 가입, 납입, 운용지시, 적립금 평가, 수수료 산정, 지급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 까다로운 사업이다. 퇴직연금사업자 등록과 신탁 업무 체계, 별도 전산 시스템도 필요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인허가가 필요한 라이선스 사업인 만큼 현재는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향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필요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뱅크가 퇴직연금을 새 사업 후보로 올린 것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431조7000억원에서 1년 만에 약 70조원 늘었다. 퇴직연금 시장은 400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500조원대에 진입했다.
과거 퇴직연금은 회사가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근로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고 수익률을 관리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비중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DC와 IRP 비중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을 넘어섰다. 기업 영업망을 앞세운 기존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개인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수익률을 관리하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00만명 넘는 고객 기반과 모바일 앱 사용성을 앞세워 예·적금,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복잡한 제도와 상품 구조를 쉽게 풀어내고 개인 고객이 앱에서 수익률과 운용 상품을 관리하도록 만드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퇴직연금을 새 성장축으로 지목한 바 있다. 윤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평생 자금을 책임질 수 있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며 "효과적인 노후 준비를 돕고 수신의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는 관련 인력도 단계적으로 채우고 있다. 퇴직연금 서비스 기획은 투자서비스팀, 제도 기획·운영은 투자사업팀, 도메인 개발은 투자개발팀이 맡는다. 상품 방향성과 모바일 화면 설계, 규정·업무 프로세스, 운용지시·적립금 평가·지급 시스템을 나눠 준비하는 구조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AI를 활용해 복잡한 퇴직연금 상품과 운용 정보를 모바일에서 쉽게 풀어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실제 출시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금융당국 인가, 신탁 업무 체계, 운용·지급 프로세스, 내부통제 시스템을 모두 갖춰야 하는 사업이다. 카카오뱅크도 아직 구체적인 상품 구조나 출시 시점을 확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아직 확정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상세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며 "추후 사업이 확정되더라도 인가 획득 및 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업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수신과 여신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금리 변동과 대출 규제에 따라 수익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퇴직연금은 장기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운용·관리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늘릴 수 있는 분야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국민들의 노후 보장 측면에서 중요한 사업"이라며 "카카오뱅크만의 방식으로 노후 대비를 돕고, 새 성장 동력과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