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영 원장 “노인일자리, 질적 고도화와 민간 연계로 인식 바꿀 때”
민간일자리 필요성 높아져… 연계 플랫폼 추진
기간산업 경험자 재고용, 공정 분야 혁신 이끌 것
ESG·돌봄 분야서 시니어 역량 활용 일자리 운영
AI 활용해 참여자 관리하면 전담인력 부담 완화
“노인일자리 우수 사례, 해외에도 전파했으면”

“노인일자리가 그동안 양적 확대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빠르게 진입하면서 새로운 일자리 유형을 발굴하는 등 질적 고도화를 꾀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을 느낍니다.”
김수영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서울본부에서 진행된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이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력을 활용하는 일자리의 발굴과 더불어 민간일자리 확대와 연결 등을 통해 공공일자리로 국한돼있던 노인일자리의 인식을 바꾸고, 인공지능(AI)와 디지털을 통한 일자리 관리와 플랫폼 고도화도 질적 발전에 필요한 요소라고 봤다.
지난 2월 임명돼 취임 4개월째를 맞은 김 원장은 그동안 지역 본부를 방문하며 업무를 파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되짚었다.
그는 “올해부터 노인일자리 예산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지특회계)로 전환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는데 8년간 구청장을 했던 경험이 공무원들과 협력관계를 다지는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제14·15대 서울 양천구청장을 지낸 바 있다.
◇“민간일자리, 플랫폼 고도화·재교육 통한 역량 강화 병행해야”
김 원장은 더 이상 목표치를 설정하고 예산을 편성해 공공일자리를 지원하는 현행 노인일자리 운영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과 인력이 연계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며 민간일자리 분야와의 연계를 해주는 것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일자리 연계의 가장 핵심 요소로 꼽은 것은 매칭 플랫폼의 고도화이다. 잡코리아·잡플래닛 등과 같은 취업 포털을 노인일자리 분야에서도 구축해 역량, 요건 등을 충족하는 기업과 일자리 참여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또 민간일자리와의 매칭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역량 교육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재취업 교육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인력 풀을 만들어 실제 기업과도 연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원장은 “유휴자원이 된 교육 시설을 활용해 시니어 캠퍼스를 만들어 재교육을 실시하고 사회에 필요한 역량 등을 배워 여러 가지 일자리와 연계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되는 민간일자리 사업 중 김 원장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세대통합형 일자리이다. 제철·조선·방산·제련 등 국가기간산업과 연결해 해당 산업에 종사했던 퇴직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젊은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시니어의 역량을 기술의 발전과 연계해 청년들에게 전수해준다면 공정의 혁신, 나아가 제조업의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 원장은 “산업 암묵지가 AI로 대체되기 전까지 시니어들의 역량이 최선을 다해준다면 앞으로 시니어 일자리도 더 확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고용된 분들이 계속 일했던 곳이 아닌 신사업 분야로도 배치되는 만큼 AX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니어 역량 활용 일자리 확대, 공동체 사업단 고도화도 힘써야”
민간일자리 연계 강화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로 대표되는 신노년 세대를 위한 노인 역량 강화 일자리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참여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경력형 멘토 등의 일자리 발굴이 질적 고도화까지 이끌 수 있다고 봤다.
김 원장은 이러한 일자리가 생겨날수록 노인일자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노인일자리를 얘기하면 쓰레기 줍고 잡초를 뽑는 환경정비와 교통안전 도우미를 먼저 꼽는 분들이 많은데 시대가 바뀌면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자리에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관련 사업이다. 특히 단순 환경정비를 넘어 다 쓴 페트병의 재활용(리사이클)을 통한 자원 재순환에서 노인일자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수행하는 복지정책과 연계된 노인일자리 사업 역시 중요하다고 봤다. 지난 3월부터 시행중인 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에서 3만개의 노인일자리가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원장은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노노케어 사업’부터 건강 매니저, 수리·세탁 사업단, 도시락·반찬 지원과 병원 동행서비스 등 돌봄과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AI·디지털 시대라고 해도 사람을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돌봄의 한 축에 노인일자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안전 관련 일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특히 최근 공론화됐던 학교의 현장체험 학습에 필요한 보조교사로 퇴직 교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예시로 꼽았다.
김 원장은 “서울 지역에 퇴직교원만 5000명이 넘는데 안전과 관련된 인력을 학교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있다”며 “퇴직 교원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인 만큼 노인일자리와 연계된다면 굉장히 중요한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시니어 클럽 등에서 운영하는 공동체 사업단도 공공일자리 확대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규모의 경제를 이뤄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봤다.
김 원장은 “사업단이 많고 지역마다 각자 다른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마케팅의 방법이나 공동 브랜드를 통해 필요한 역량을 지원하고 질적인 향상을 이끄는 것이 개발원의 또 다른 과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요식업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공동체 사업단의 경우 기업 등과 연계해 맛과 레시피를 균일화하고, 위생과 안전 면에서도 보증이 될 수 있도록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받는 수준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AX·DX 접목해 업무 효율성 추구… 우수 사례 해외 전파도 기대”
AI 전환(AX)·디지털 전환(DX) 기조에 맞춰 노인일자리 신청과 관리의 효율성을 꾀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김 원장은 앞서 지난 4월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수기로 진행되던 일자리 신청 절차를 디지털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안내, 업무관리 등에서도 AI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담인력 1명이 120~150명을 담당하고 있는데 뭔가 알림이 필요할 때 전화를 이용해 일일이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으며 출퇴근 역시 수기로 올린 것을 정리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김 원장은 “AI를 통해 안내를 한꺼번에 해주고 출근과 퇴근 보고도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식으로 효율화 하는 시스템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앞으로 AI를 통한 관리 시스템이 정착된다면 전담 인력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는 일을 AI가 대신함으로써 전담인력의 업무 효율이 더 높아지고 이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향후 한국의 노인일자리 사업 모델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베트남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빠르게 성장과 동시에 고령 사회 진입으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모범사례를 제대로 전수해준다면 그 나라에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반면 민간일자리의 경우 옆 나라인 일본의 사례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국은 노인 빈곤 해결을 위해 국가 주도로 이뤄졌지만 일본은 민간일자리와 플랫폼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배울 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3년의 임기 동안 노인일자리의 질적 확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공익일자리 창출, 민간일자리의 연계 등을 적극 추진해 인식을 개선하고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인구정책으로 자리매김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한빛 기자 hb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