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불 사용한 건 180만년 전부터?···역사 70만년 앞당긴 연구 나왔다
남아국 원더워크 동굴 집중 탐사
빛 파장 분석해 뼈 가열 흔적 발견

인류는 기존 연구보다 70만년이나 앞선 180만년 전부터 불을 사용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원시 인류가 불로 조리한 흔적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것이다. 인류사를 다시 정리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스페인 과학계에 따르면 마드리드 국립자연과학박물관 연구진은 인류의 불 사용 역사가 지금으로부터 180만년 전에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실렸다. 당시 존재했던 인류는 학계에서 ‘호모 에렉투스’로 지칭된다.
지금까지 기존 과학계와 고고학계는 인류의 불 사용 시작 시점을 110만년 전으로 분석해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로 해당 시점이 70만년이나 당겨졌다.
연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케이프주 ‘원더워크 동굴’ 내부를 집중 탐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이 동굴은 원시 인류의 거주 흔적이 뚜렷이 남은 곳이어서 수십년 전부터 과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연구진은 이 동굴에서 오래 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기 위해 지하 30m에 묻힌 161점의 뼈 화석을 파내 들여다 봤다. 뼈 화석에 특정 파장의 빛을 쏘는 ‘루미네선스’라는 분석 기법을 썼다.
뼈는 불에 타면 내부 결정 구조가 변한다. 이런 뼈에 조사된 특정 파장 빛은 거울처럼 반사된다. 불에 타지 않고 다른 이유로 검게 변한 뼈에서는 빛이 반사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거된 뼈 화석에서는 빛이 반사했다. 불에 탄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뼈 화석의 출처다. 맹금류인 올빼미 입이었다. 올빼미는 쥐나 작은 새를 잡아먹은 뒤 소화하지 못한 부위를 모아 토하듯 내뱉는데, 그때 나오는 물질을 ‘펠릿’이라고 부른다. 주로 털과 뼈다. 원시 인류는 이 펠릿을 동굴 안에서 불쏘시개로 썼는데, 그때 생긴 가열 흔적이 펠릿 속 뼈 화석에 고스란히 남았다. 동굴 내부 조사 결과, 불은 반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은 인류가 문명을 만들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소다. 맹수 접근을 막고, 혹독한 추위를 견딜 수 있게 했다. 특히 음식을 불로 익혀 먹으면서 인류의 몸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소화기관 대신 두뇌 용량과 활동 수준을 늘리는 데 신체 에너지를 더 많이 쓸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다른 동물보다 똑똑해졌다.
연구진은 “벼락을 통해 자연적으로 생긴 불을 동굴 안에서 보존하는 데 펠릿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당시 인류의 진화 방식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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