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문열자 한때 8% 폭락… 빚투·레버리지 개미들 “잠깐 먹고 나가려다 딱 걸렸다”
코스닥 매도사이드카 동반급락
신용거래융자 잔액 사상 최대속
주식시장 커뮤니티 댓글 줄이어
“하룻밤새 손실 눈덩이처럼 커져”
개인 매수세에 일부 낙폭 줄여

8일 코스피가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하며 3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국내 증시 랠리를 이끌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중 각각 30만 원, 200만 원 선이 무너졌다. 인공지능(AI)·반도체 기대감에 올라탔던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권으로 불어난 상황에서 증시 급락이 빚투와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의 손실 공포를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8%(112.50포인트) 내린 8048.09에 출발한 뒤 장 초반 7442.73(-8.80%)까지 내려갔다. 급락장에 오전 9시 3분 42초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되는 시장 안정 장치로 지난 3월 9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발동됐다. 20분간 매매가 중단된 뒤 거래가 재개됐지만 매도 압력은 이어졌고, 코스피 시장에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추가로 발동됐다.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7649.60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폭락세를 이기지 못하고 오전 9시 6분 2초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다.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약 2주 만이다.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29만3000원에 출발하며 개장과 동시에 ‘30만 전자’가 무너졌고, 장중 한때 29만2500원까지 밀렸다. 전 거래일 종가와 비교하면 장중 낙폭은 11.09%에 달한다. SK하이닉스도 장중 한때 185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200만 닉스’가 붕괴됐다. 전 거래일 종가 207만 원 대비 10.38% 급락한 수준이다.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두 종목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코스피 전반의 투자심리도 빠르게 얼어붙었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는 “잠깐 먹고 나가려다 걸렸다”, “하룻밤 사이에 고점 대비 큰 손실을 봤다”는 등 단기 급등장에 막차를 탄 투자자들의 비명이 쏟아졌다.
사상 최대 수준인 빚투 부담도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7조7375억 원으로, 지난달 29일 사상 첫 38조 원 돌파 이후 고공행진 중이다. 불과 5개월 만에 10조 원 넘게 급증한 규모다. 특히 반도체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의 손실이 비대해진 가운데, 주가 추가 하락 시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무차별적 반대매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외국인 매도와 원화 약세가 맞물리는 ‘셀 코리아’ 악순환 리스크도 제기된다. 오전 11시 기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1680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4072억 원)과 개인(6703억 원)이 방어에 나섰으나 폭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한국 주식 비중 축소도 주가와 환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가 AI 붐으로 90% 이상 급등하자 골든호스펀드, M&G 등은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하락 방어용 파생상품을 늘려왔다. 올해 글로벌 펀드의 코스피 순매도액이 760억 달러로, 외인 매물을 변동성 큰 리테일 자금이 받아내고 레버리지 상품이 확산된 구조가 증시 취약성을 키웠다는 진단이다.
박정경·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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