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맛을 찾아서 대구 북구 '중식 로드'
대구 북구에는 옛날 스타일의 중식을 묵묵히 지켜 온 노포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센 불에서 볶아 낸 볶음밥, 촉촉한 식감과 부드러운 소스의 난자완스, 채소의 단맛과 화끈한 불맛이 어우러진 중화볶음밥 등이 떠오른다. 오래된 골목에 밴 불의 향과 세월의 정취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북구가 정답이다. 여기에 놀랍도록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하루 단 3시간, 옛 중식의 정통성
광명반점
1975년 삼성반점으로 시작해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화요리 전문점이다. 2대째 옛 중식의 정통성을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곳으로, 하루 단 3시간만 영업한다. 심지어 밀려드는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제공하기 위해 메뉴마저 대폭 줄였다.

이곳의 철칙은 재료 본연의 맛이다. 매일 직접 짜낸 라드(돼지기름)와 뭉근하게 끓인 돼지 사골 육수를 기본으로 하며, 굴소스나 두반장 같은 소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식은 밥을 웍에서 꾹꾹 찍어 누르며 고슬고슬하게 볶아 낸 볶음밥과 정성껏 치댄 돼지고기에 사골 육수 소스를 곁들인 난자완스는 중식이 더부룩하다는 편견을 깬다.


양파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튀긴 춘장만으로 간을 맞춘 짜장면 역시 옛 추억을 완벽히 재현한다. 무거운 웍을 쉼 없이 돌려 완성하는 깊은 맛을 위해서라면 오픈런도 감수할 만하다.
■다진 고추로 만든 차이
대동반점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동반점은 메뉴판부터 남다르다. 짬뽕, 짬뽕밥, 짜장면, 만두가 전부인 단출한 구성과 '짬뽕 전문점'이라는 문구에서 짙은 신뢰감이 묻어난다. 실제로 밀려드는 손님 탓에 배달마저 중단하고 점심시간마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구의 진짜 맛집이다.

대표 메뉴인 짬뽕은 돼지고기와 오징어, 홍합에 배추, 부추, 애호박 등 갖은 채소가 어우러져 기본적으로 개운하고 매콤한 국물 맛을 낸다. 매장 한편에 수북하게 놓인 고추 다대기(다진 양념)도 별나다. 국물에 풀어 넣으면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칼칼하고 깊은 한국식 매운맛이 완성된다.

얼큰한 짬뽕과 궁합이 좋은 군만두도 놓칠 수 없다. 대구 특유의 찐만두(찐교스)처럼 10조각이 한몸으로 다닥다닥 붙어 나오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특징이다. 두툼하면서도 쫄깃한 만두피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마성의 중화비빔밥 함 무보이소
수봉반점
1971년 화신반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수봉반점은 55년 동안 대구 시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노포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단연 '중화비빔밥'이다. 돼지고기와 호박, 배추, 당근 등 신선한 채소를 불맛 나게 볶고, 고춧가루와 마늘로 간을 맞춘 소스가 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조미료 대신 채소에서 우러나온 자연스러운 단맛이 핵심인데, 채소가 가장 맛있는 가을과 겨울에 그 진가가 더욱 빛을 발한다.


부드러운 반숙 계란프라이를 터뜨려 쓱쓱 비벼 먹으면 숟가락을 멈추기 힘들다. 밥에 곁들이는 짬뽕 국물에 파를 넣어 개운함을 더한 것도 디테일이다. 이러한 작은 차이가 전체적인 맛의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밖에도 반숙 계란프라이를 얹은 바람돌이 짬뽕, 밥 대신 면을 넣은 중화비빔면도 중화비빔밥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대구 중식 맛집 리스트
경승원, 광명반점, 대동반점, 대풍반점, 덕성반점, 동네짬뽕, 복해반점, 선월만두, 수봉반점, 영생덕, 영창반점, 용해원, 이사벨라차이나, 인화반점, 중화반점, 진흥반점, 차차, 청룡반점
■북구 추천 여행지
삼성창조캠퍼스
담쟁이덩굴 사이로 기분 좋은 바이브가 흘러나온다. 쉼 없이 돌아가던 옛 제일모직 공장 터가 낭만적인 문화 아지트 삼성창조캠퍼스로 탈바꿈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4개의 구역 중 여행자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 곳은 단연 삼성존과 문화벤처융합존이다. 삼성존에서는 1938년 삼성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 복원 건물과 창업자 이병철 선생의 동상을 마주하며 청년 기업가의 치열한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1956년에 지어진 옛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은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를 개조해 문화벤처융합존을 활용하고 있다. 푸르른 담쟁이덩굴이 감싼 공간은 지역 예술인들의 둥지로 재탄생했고, 여행자들은 전시 관람과 공방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정원과 카페 등 편의시설이 있어 북구의 오래된 중식당에서 식사 후 방문하면 딱 좋다.
하중도
버려진 땅이 눈부신 생태 정원으로 피어났다. 과거 상습 침수지이자 오염원이었던 금호강 하중도는 이제 대구 시민의 수변 휴식처다. 하류에는 수질 정화를 돕는 물억새가 은빛 춤을 추고, 봄이면 샛노란 유채꽃과 보리가,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섬 전체를 수채화처럼 물들인다.

특히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대구정원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리며, 알록달록한 가을의 정취 속에서 수준 높은 정원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힐링 명소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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