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대공분실 찾은 중학생들 “민주화 열망 느꼈다” [세상&]

김용재 2026. 6. 8.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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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남영동 대공분실 체험학습 동행취재
박종철 열사 조사실 둘러보며 “가슴이 아파”
체험학습 덕에 학생들은 ‘몸으로 역사 공부’
담당 교사 “예산·안전 제약 커…지원 절실해”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5층 박종철 열사 조사실.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광주에서 택시 운전하실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간첩으로 조작되어 고문받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경기 성남 영성중학교 역사동아리 ‘피스메이커스’ 학생 14명이 방문했다. 이들은 가상의 수습 취재기자 자격을 부여받아 기념관 관계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취재했다.

이날 학생들은 민주화운동기념관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인 ‘추적 90분, 그곳이 알고 싶다’에 참여했다. 1970~80년대 군사독재정권의 폭력을 전시한 M2동 1층부터 박종철 열사가 고문받았던 5층 509호 조사실까지, 복원된 현장을 도는 아이들의 표정은 층을 오를수록 숙연해졌다.

현장체험학습으로 방문한 학생들은 가상의 취재 수첩을 든 채 전시물 앞에서 저마다 기삿거리를 발굴했다. 이들은 “사람들 많은 방에 갇혀서, 간첩으로 조작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까”, “명동성당에서 밝힌 교도관의 비둘기 편지를 보고 다시 집회에 불이 붙었다” 등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다.

경기 성남 영성중학교 역사동아리 ‘피스메이커스’ 학생 14명이 가상의 수습 취재기자 자격으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용재 기자
“역사 현장 체험 통해 민주화 열망 체감”

학생들은 실제 ‘역사적 현장’이 주는 압도감에 감탄했다.

수업에 참여한 강현준(16) 군은 “오기 전부터 책이나 영화를 통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을 알고 있었지만 책이나 영상은 직접 만져볼 수 없지 않느냐”면서 “직접 와서 체험해 보니 훨씬 더 비극적이고 당시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이 얼마나 강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수현(15) 군 역시 “영화나 유튜브로 먼저 역사를 배우고 교과서로 자세한 내용을 채워왔는데, 실제 현장 답사를 와보니 생각보다 현실이 더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1987년 당시 대학생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묻는 말에 강군은 “주도적으로 나서지는 못했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답했고, 김양은 “시위에 참여해 사람들을 모으고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알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이종관 역사교사는 현장 교육의 힘을 누구보다 굳게 믿고 있다.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관련 뉴스를 접할 때 중학교 시절 남영동 현장에 와서 공부했던 몸이 기억하는 역사가 분명히 아이들의 일상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선 학교에서 현장 체험학습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이 교사는 “평일에는 교육과정상 시간을 내기 어렵고 학생 안전 문제와 이동 수단 확보 등 예산 제약이 있다”며 “학교 교사들이 재정적 부담 없이 역사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 영성중학교 지성현 군이 남영동 대공분식 5층 조사실에서 수습기자 체험활동을 하는 모습. 김용재 기자
“교실 안 한계 넘어라”…교육부, 교육과정 개편·예산 확대

교육부는 이 같은 현장의 고충을 반영해 근현대사를 포함한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역사 교육을 단순 사실 암기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탐구·체험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교육과정 체계 조정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중학교 역사 과목의 근현대사 분량과 시수를 늘리고, 고등학교 과정에는 역사과 선택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교사들이 근현대사 수업 중 겪는 자기검열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적 가치 안에서 자율적 수업을 보장하는 민주시민 역사 수업원칙도 제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학교가 계획을 세워 역사 체험을 하면 올해부터 200회 이상 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300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전국 100개 학교의 역사 심화 탐구동아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2월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등 관계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학생들의 역사 체험처를 늘렸다. 각종 기관에 분산된 근현대사 사료와 체험 자료 등을 모은 ‘역사교육 자료 아카이브’도 구축해 현장 교사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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