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호주에 밀린 美…FDA 신약 초기 임상 규제 푼다

| 서울=한스경제 김동주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 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선다. 중국과 호주가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이 신약 개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8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최근 2027 회계연도 농업·농촌개발·식품의약국(FDA) 및 관련 기관 예산법을 찬성 213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이번 예산법에는 FDA가 초기 신약 개발 촉진을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D)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원 세출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외 지역에서 초기 신약 개발이 증가하는 현상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미국이 초기 인체 안전성 및 용량 평가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호주나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규제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따라 FDA는 기존 IND 제출 지침을 재검토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이지 않은 규제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또한 초기 인체 임상시험에 대한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제출 자료 부담을 줄이는 등 위험도 기반 심사 체계 구축도 추진할 전망이다.
▲ 호주식 'CTN 모델' 미국 도입 검토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 의회가 FDA에 호주의 임상시험 신고제도(CTN)를 벤치마킹한 시범사업 추진을 권고했다는 점이다.
호주의 CTN 제도는 고위험 신약을 제외한 대부분의 임상시험에 대해 규제기관이 직접 안전성과 유효성을 심사하지 않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HREC) 승인 후 신고만으로 임상을 개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규제기관이 모든 임상시험 계획을 직접 검토하는 방식보다 임상 진입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다만, CAR-T 치료제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치료제 등 고위험 신약은 기존처럼 별도 심사를 받게 된다. 호주 역시 CTN과 함께 고위험 임상시험에 대해 규제당국이 직접 검토하는 CTA 제도를 병행 운영하고 있다.
▲ 백악관도 신속 IND 프로그램 검토
미국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현재 FDA가 제출한 '신속 임상시험계획(IND) 파일럿 프로그램' 관련 정보요청(RFI)을 공식 검토 중이다.
OMB 규제정보망(Reginfo.gov)에 따르면 FDA는 지난 3일 'Expedited Investigational New Drug Pilot Program' 안건을 제출했으며 현재 백악관 차원의 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의회의 규제개혁 요구와 별도로 FDA가 자체적으로 신속 임상 승인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개혁이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중국과 호주가 빠른 승인 절차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의 임상시험을 유치하면서 미국 역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한국도 임상시험 경쟁력 강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중국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바이오 혁신 국가로 평가하면서도 임상시험 성장세 둔화를 우려했다. 실제 국내 진행 중인 임상시험 건수는 2024년 2307건에서 2025년 2175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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