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려봤다’고 고소하고, 무혐의 나와도 2차 고소…‘교권 추락’에 신음하는 교사들

이강산·김임수 기자 2026. 6.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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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학부모·학생에 고소당하는 교사들, 극심한 스트레스에 유산까지
“정서학대 기준 지나치게 모호, 아동복지법 개정 필요” 한 목소리

(시사저널=이강산·김임수 기자)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 4월28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꺼리는 경향이 짙어졌다. 책임을 피하려다 학생들의 소중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일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게 된 배경에는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판결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이동하던 중 버스에서 내렸다가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사망했는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담임교사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해당 나이대 학생들이 대열을 이탈하기 쉬웠음에도 정면주시만 계속한 교사가 그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금고 6개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4월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발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89.6%는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형사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교육부의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에 교총·전교조 반발

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한 달이 흐른 5월28일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수학여행과 같은 현장체험학습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고의성이나 중과실이 없다면 인솔 교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양대 교원 단체인 전교조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고의나 중과실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교사 개인의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일제히 반발했다. 이에 교육부 측은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으나 교원단체의 반발에는 "수렴할 것이라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교육부가 발표한 방안을 접한 일선 교사들은 "이번 방안은 요즘 교사들이 왜 교육활동에 있어 법적 책임에 대한 걱정을 안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며 "현장체험학습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 전반에서 악성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며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교사들이 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6월 현재 전교조 내에는 70여 명 규모의 '피해교사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 모임은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아 무고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구성됐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부에 교권 보호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 경남의 중등교사인 조아무개 교사는 특정 학부모 및 학생의 잦은 민원에 시달리다 소송까지 치른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그 과정에서 배 속의 아이를 잃는 등 고통을 겪다 현재 휴직 중이다. 체육을 담당하고 있는 조 교사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날씨를 고려해 야외 수업 여부를 결정해 왔다"며 "그런데 여름에 야외 수업을 진행한 어느 날, 한 학생의 부모로부터 '우리 아이를 땡볕에 세워놨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고소를 당했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또 다른 고소 이유를 보니, 스쾃 수업 중 아이가 스쾃이 무엇인지를 물어봐 '투명의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땡볕에서 투명의자를 시키려 했다'는 식으로 서술해 놓았더라"며 "이 외에도 '학생을 힐끔거렸다' 등의 내용도 고소 이유에 포함됐다. 정당한 생활지도와 수업이 아동학대 고소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교사로서 저를 힘들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고소를 당해 11월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조 교사는 "무혐의 결과가 나온 뒤에도 해당 학부모는 교육청에 민원을 넣고 학교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가 수업 중인 교실에 갑자기 찾아오기도

같은 피해교사모임 소속인 충남의 김아무개 초등교사는 학생 간 갈등 해결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상담과 생활지도를 진행했으나, 학부모로부터 '교사가 학생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항의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김 교사는 "특정 학부모가 '다른 학생이 내 자녀의 의자를 쳤다'면서 '계속 괴롭힘을 당하는데 교사가 지도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항의했는데, 그 당시엔 학생이 말하지 않은 내용이 있어 인지를 못 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후 학부모에게 '사실 확인 없는 비난은 교육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때부터 폭언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해당 요청을 들은 학부모는 '애 키운다면서 공감도 없고, 뭘 잘했다고 큰소리냐' '어디 학부모한테 예의를 지켜달라고 하냐. 미친 것 아니냐'며 수업 중 교실에 갑자기 찾아오는 등 돌발 행동을 이어오다 아동학대 혐의로 저를 고소했다"며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이 된 채로 학교에 가니 마치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김 교사는 같은 해 11월 검찰로부터 '아동학대 혐의 없음' 결과를 통지받았으나 학부모 측은 즉각 재정신청을 했고, 또 같은 해 10월엔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소당한 뒤 올해 2월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이다. 김 교사는 "아동학대 무혐의를 받아도 내용을 바꿔 다시 아동학대로 고소하거나 명예훼손으로 2차, 3차 고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조 교사와 김 교사의 사례와 같이 아동학대로 교사가 고소를 당한 경우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는 통계도 나온다.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원의 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는 경우 교육감은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데, 2023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된 총 1439건 중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로 의견을 제출한 건은 71%인 1023건이고, 이 중 경찰·검찰 단계에서 종료된 사안인 674건 가운데 90%에 달하는 606건이 '경찰의 수사 개시 전 종료'와 '검찰 불기소'로 종결됐다.

피해교사모임 구성을 주도한 이송희 교사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았을 당시 영어 수행평가를 진행해야 했으나 어떤 학생이 갑자기 앞문을 잠가 영어교사가 한동안 들어오지 못하다 뒷문으로 들어온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이 교사는 "당연히 누가 문을 왜 잠갔는지 조사하고 잘못이 있다면 교육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선도를 진행하려고 했다"며 "교칙상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책의 문구나 법령 등을 필사하도록 했는데, 이 필사를 시킨 것과 학생부로 부른 것 등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로 저를 고소했다"고 말했다.

부모와 교사를 한꺼번에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고소한 학생의 사례도 있었다. 경기도 시흥에서 초등교사로 근무 중인 임아무개 교사는 "제가 담임을 맡았던 2학년 학생이 새벽까지 핸드폰 게임을 하다 엄마에게 등짝을 손으로 맞은 뒤 엄마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었다"며 "그로부터 이틀 후 그 학생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핸드폰을 못 쓰게 했다'며 아동학대로 저를 신고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아동학대가 아니다'는 종결 처분이 나왔지만 임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다음부터는 '내가 했던 것들이 다 신고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활동에 있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북의 송욱진 미산초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모두 신고를 당한 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례다. 송 교사는 "자유시간에 제가 다른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하고 있는데, 강당 옆에서 공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던 두 아이가 '선생님이 다른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하는 것이 불편했다'면서 아동학대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또 "학교 주차장 내의 차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학부모가 '교사가 수업을 더 하자고 독려해야 함에도 아이가 체육 수업만 마치고 차에 탔다'고 민원을 넣은 뒤 해결되지 않자 '아이를 째려봤다'며 아동학대로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송 교사는 해당 소송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서이초 교사 순직 1주기인 2024년 7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서 국화꽃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소송 대상"

아동학대 혐의 고소와 신고, 민원 등으로 고초를 겪은 교사들은 현행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의 기준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친다'는 표현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선 교사들은 "아이에 대한 명백한 정서학대는 당연히 징계나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면서도 "현행법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소할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2023년 교권 보호 5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아동학대처벌법)이 개정되면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그러나 이 역시 정당한 생활지도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결정적으로 아동복지법 자체의 정서학대 조항이 개정되지 않아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의 고소가 어렵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들은 교사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교내에서 이뤄진 생활지도 등 교육활동에 대해 정서학대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정부가 교사를 위해 마련한 정책인 교권보호위원회와 민원대응팀의 현저히 낮은 실효성을 높일 방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초등교사 출신인 학교폭력·교권침해 사건 전문 문자원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것은 아동학대 법제에서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대를 구별하는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며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학대가 면책되어선 안 되지만, 교사의 행위가 교육적 목적과 필요성, 상당성, 비례성을 갖추고 학생의 안전이나 학급 운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를 학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기준이 법령에 분명히 담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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