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계절도, 장마도 바꾼 기후변화

박상욱 기자 2026. 6. 8.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43)

역대 가장 더운 5월을 보내며 다가올 여름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의 평균기온은 18.6℃. 평년보다 1.3℃ 높고, 지난해와 비교하더라도 무려 1.8℃ 높았습니다. 평균최저기온도 12.7℃로 역대 가장 높았습니다. 평균최고기온은 24.9℃로 수십년의 세월 중 손꼽히게 높았고요.

5월의 기록만 보더라도 기후변화가 바꾼 현실이 드러납니다. 5월 평균기온이 처음으로 18℃ 선을 넘은 것은 2009년에서였습니다. 이후 18℃는 '뉴 노멀'이 됐죠. 2012년에도 2009년과 마찬가지로 18.1℃의 월 평균기온을 기록하더니 2014년엔 18.2℃로 역대 기록이 깨졌고, 이듬해엔 2015~2016년 2년 연속 18.4℃로 또 다시 기록은 경신됐습니다. 그리고 2017년엔 18.5℃로 5월 평균기온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2018년엔 17.7℃로 소폭 떨어졌지만, 이 역시 평년을 상회하는 수준이었고, 2019년 다시 18.4℃로 '역대급 수준'으로 더운 달을 보내게 됐죠. 그리고 2022년 또 다시 18℃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8.6℃라는 신기록을 또 쓰게 된 겁니다.

평균최고기온의 경우에도, 1978년 이례적으로 25.3℃의 기록적 기온이 기록된 이후 단 한 차례도 25℃를 넘어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2015년이 되어서야 25℃가 기록됐는데, 이후엔 마치 25℃가 '뉴 노멀'인양, 이를 오르내리는 평균최고기온이 이어졌죠. 평균최저기온 역시, 1982년 12.1℃라는 이례적 기온이 기록된 이후 2001년 12.6℃로 기록이 깨졌고, 올해 이 기록은 12.7℃로 다시 깨졌습니다.

역대급으로 기온이 높았던 5월은 곧 '역대 손꼽히게 더웠던 봄'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 평년보다 1.3℃ 높은 7.4℃의 기록으로 '역대 9위'에 머물렀던(50여년에 이르는 통계 집계 기간인 만큼 이 또한 '매우 더운 편'에 속하지만) 평균기온은 4월엔 평년 대비 1.7℃나 높은 13.8℃로 '역대 3위'를 기록했죠. 이어 5월은 역대 1위에 오르며 2026년의 봄은 평균기온 13.3℃, '역대 두 번째로 뜨거웠던 봄'으로 기록됐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월엔 하순(23, 24, 26, 27, 28, 29일)에 집중적으로 전국 62개 관측지점 중 절반 이상에서 이상고온이 발생했고, 4월 19일 서울의 일최고기온이 29.4℃에 달하며 4월 중순 일최고기온 역대 최고값을 경신했죠. 5월 17일엔 35.1℃까지 치솟은 밀양과 33.8℃까지 오른 합천에서, 18일엔 대구(34.7℃), 안동(33℃), 광주(32.7℃), 충주(32℃), 원주(31.5℃)에서 '5월 중순 일최고기온 극값'이 깨졌습니다.

3월 하순과 4월 중순의 고온 현상은 북대서양 진동으로 인한 대기 파동에 우리나라 부근 대기 상층에서 고기압성 순환이 강하게 발달한 탓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고기압의 영향에 놓이면서 3월과 4월, 전국 강수일수는 각각 7.6일과 7.9일로 평년보다 짧았고, 이는 곧 강한 일사 아래 대기와 지표면이 달궈지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5월엔 '일최고기온 극값' 경신을 넘어 구미(5월 16일), 거창(5월 17일), 문경과 안동, 영천(5월 18일)에서 역대 가장 이른 폭염이 발생했는데, 그로 인해 5월 전국 폭염일수는 0.5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습니다. 북극 바렌츠해에 블로킹 형태로 강한 기압능이 발달하면서 대기 파동으로 러시아 한복판엔 반대로 저기압과 기압골이 만들어졌고, 이러한 파동을 따라 한반도 대기 상층엔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했는데, 고기압으로 맑은 하늘 아래 햇볕으로 더워진 것에 더래 이 고기압의 하강기류가 공기를 압축하면서 온도가 높아지는 단열승온까지 나타났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그렇게 상층의 고기압과 단열승온이 더해졌던 시기, 수도권의 일평균기온은 기상학적으로 '여름'의 기준을 충족시켰습니다. 5월 14일, 22.1℃라는 평균기온으로 여름의 기준인 20℃를 넘어선 것이죠. 하지만 '진짜' 여름이 되려면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일평균기온이 20℃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내려가지 않는 첫날'이 여름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5월 20일, 서울에만 하루새 63.1mm의 비가 쏟아지며 수도권의 일평균기온은 16.7℃로 뚝 떨어졌죠. 그로 인해 수도권 기준으로 여름은 5월 2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비가 아니었다면, '역대급 이른 여름의 시작'이 될뻔했던 겁니다.
우리는 통상 3~5월을 봄, 6~8월을 여름, 9~11월은 가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를 겨울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3개월로 나누는 계절 구분은 학교의 학사일정부터 각종 행정에도 그대로 적용되죠.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12~1940년에야 여름이 6월 11일에 시작해 9월 16일에 끝나 98일간 이어졌고, 겨울은 11월 29일부터 이듬해 3월 17일까지 109일간 이어졌다면, 최근 30년(1995~2024년) 평균으로 보면, 여름의 시작은 5월 29일로 13일 당겨졌고, 그 끝은 9월 28일로 12일 늦춰졌습니다. 여름의 길이만 123일, 장장 넉달에 달하는 겁니다. 반면, 겨울은 나흘 늦게 시작해 18일 일찍 끝나 총 87일, 석 달도 채 되지 않게 됐습니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 평균을 따져보면, 여름의 길이는 130일로 과거 30년에 비해 무려 32일이 늘었고, 겨울은 86일로 23일이 줄었죠. '뚜렷한 사계절'은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인 겁니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우리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SSP(Shared Socio-economic Pathway, 공통사회경제경로)5-8.5 시나리오에 따른 예측 결과, 금세기 후반 여름은 5월 1일 시작해 장장 169일간 이어지고, 겨울은 1월 1일부터 불과 40일만에 끝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으로, 남부지방의 경우엔 사실상 겨울이 사라지게 될 전망이죠.

이러한 기후변화는 그저 기온의 상승, 여름의 연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비도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죠. 여름이 다가오면서 폭염 못지않게 커지는 걱정은 바로 장마입니다. 전국 단위의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월별 강수일수의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통상 '장마철'로 불리는 6~7월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수일수가 가장 많은 달이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장마철이 아닌 달에도 보름 안팎 비가 내리는 경우들이 잦아지더니, 2010년부턴 과거에 비해 강수일수가 되려 크게 적은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강수일수를 계절별로 살펴보더라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목격됩니다. 오랜 세월, 강수일수는 '여름에 늘고 가을에 줄어드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점차 계절별 강수일수는 그 폭이 커졌습니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여름철 35일 안팎이었던 강수일수가 이후엔 25일 정도로 줄어드는 경우도 생기고, 되려 가을에 30일 안팎으로 오랜 기간 비가 내리는 경우도 나타났습니다. 극과 극인 상황, 평소 우리의 경험과는 다른 상황이 점차 빈번해지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장마 평년값을 살펴보면, 제주를 시작으로 중부지방으로 확대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제주엔 6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 평균 32.4일, 남부지방은 제주보다 나흘 늦은 6월 23일부터 31.4일간, 중부지방엔 6월 25일부터 31.5일간 장마가 이어졌죠. 물론, 장마기간 내내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엔 평균적으로 17.5일간 348.7mm의 장맛비가, 남부지방엔 17일동안 341.1mm의 장맛비가, 중부지방엔 17.7일간 378.3mm의 장맛비가 쏟아졌죠.

최근 10년의 통계를 살펴보면, 앞선 월별, 계절별 강수일수에서 나타난 것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중부지방 기준으론 2020년엔 장마가 무려 54일간 이어지며 평년보다 20여일이나 길었던 때도 있었지만, 2018년엔 반대로 16일만에 끝나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때도 있었던 겁니다.

들쑥날쑥함은 강수일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장마기간 총 강수량에서도, 장마기간 비가 온 날, 하루에 쏟아졌던 비의 양에 있어서도 점차 양 극단을 오가는 들쑥날쑥함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73년 이래 통계를 모두 살펴보면, 장마기간 비가 내린 날이 가장 많았던 'Top 3'는 모두 2000년 이후였습니다. 2020년 28.5일, 2006년 27일, 2013년 25.2일 순이었죠. 총 강수량 Top 3도 21세기의 몫입니다. 2006년 704mm, 2020년 696mm, 2023년 663.3mm로 1970~1980년대에 비할 바가 못 됐습니다. 장마기간 강수일 일평균 강수량의 경우, 1997년이 31.6mm로 1위였지만, 2위(2011년 31.5mm/일), 3위(2023년 29.9mm/일) 모두 최근의 일이었죠. 게다가 장마철 비가 왔던 날의 일평균 강수량이 가장 적었던 해를 살펴보면, 1976년이 하루 평균 7.6mm로 가장 적었지만 그 다음으로 적었던 해는 2014년(9.9mm/일)과 2015년(13.6mm/일)으로, 모두 최근이었습니다. 금세기 들어 온갖 '역대급 기록'이 쏟아진 가운데, 비가 오래 왔던 날도, 적게 왔던 날도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증가'가 장마에도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는 기상학계의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6~7월 무렵 장기간에 걸쳐 비가 내리는 것을 장마라고, 그때 내리는 비를 장맛비라고 부르지만, 기존 기상학적 의미에서의 장맛비는 '여름철 한반도를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에 의해 내리는 비'를 의미했습니다. 여름철 3~4일 비가 잇따라 내리더라도 정체전선이 없다면 '그냥 비'일 뿐, '장맛비'라고 불리지 못했던 것이죠.

그런데, 우리 일상에서 '장마'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해 대비'의 기준이 되기도, 시민들이 안전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알람'이 되기도 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장맛비가 아닌 비에 시민들이 목숨을 잃거나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빈번해지는 기후위기 속 오늘, 기존 정의를 고수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에,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실제, 2022년 장마는 짧은 강수일수로 '마른 장마'로 불리기도 했지만, 장마기간 한번 내리기만 하면 폭우가 쏟아지는 '도깨비 장마'라고도 불렸습니다. 또, 여름철이긴 했지만 장마기간은 아니었던 8월엔 갑작스런 극한호우로 강남역 일대가 물에 잠기기도 했죠.

때문에 한국기상학회는 지난 5일, 장마 용어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학계와 관계 기관이 2년여에 걸쳐 심도 깊은 논의를 벌이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학술적 의미를 바꾼 겁니다.

장마: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장마철: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북상하는 시기에 남쪽의 온난습윤한 기단과 북쪽의 한랭한 기단 사이에서 다양한 기작에 의해 다량의 강수가 한반도에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기간
장맛비: 이러한 장마철에 내리는 비

장마와 장맛비는 더 이상 '정체전선'에 얽매이지 않게 됐습니다. 학회는 “장마철에 발생하는 강수는 정체전선성 강수, 중위도 저기압성 강수, 대류성 강수 등 다양한 원인과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다만 태풍에 의한 강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정체전선이 만들어지는 요인'으로 교과서에도 등장했던 오호츠크해 고기압에 대해서도 학회는 “존재 자체가 불분명해 배제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학회가 예시로 설명한 장마철 집중호우의 다양한 발생 원인을 살펴보더라도, 우리가 학창시절 한반도를 중앙에 두고 시계방향으로 '시베리아 기단(겨울)-오호츠크해 기단(초여름)-북태평양 기단(여름)-양쯔강 기단(봄·가을)'이라고 외웠던 주요 기단 가운데 오호츠크해 기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수년간의 논의 끝에 장마의 정의마저 바꿔놓은 기후변화는 행정적 계절구분 또한 바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석 달도 안 되는 겨울, 넉 달을 넘어서는 여름을 보내고 있고, 앞으론 거의 연중 절반을 차지하는 여름, 한 달이 채 안 되는 겨울을 마주하게 될 만큼, 기존의 '3개월 균등 구분' 방식으론 되려 사회적인 혼란을 부를 수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는 방학을 기준으로 '여름 휴가철', '겨울 휴가철'과 같은 표현으로 부르는 휴가철 풍경도 바꿀지 모릅니다. 마치, 해외에서 여름철 오랜 기간 '바캉스'라고 부르며 몰아서 쉬는 것처럼 말이죠.

올 여름, 6~7월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측 어려운 갑작스런 집중호우, 극한호우도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대기도, 지표면도, 해수면도 한껏 달궈진 만큼 '그저 고기압에 뒤덮여 푹푹 찌는 날'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대기를 한껏 채운 수증기가 한 데 모여 쏟아지는 날' 또한 언제든 찾아올 수 있으니까요. 공식적으로 장마의 정의까지 달라진 만큼, 다양한 요인들로 인한 호우에 유연히 대처하기 위한 후속 조치들도 신속히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