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뀌어도 변치않는 대한민국의 베스트셀러 [월간山 선정 대한민국 10대 명산]

시대가 변하면 산을 찾는 이유도, 좋은 산의 기준도 바뀐다. 월간山이 창간 57주년을 맞아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명산'은 산세가 가진 고유한 미학과 산행의 즐거움을 바탕으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명산이다. 과거의 명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 사람들에게 가장 큰 감동과 산행의 희열을 주는 10개 산으로 지금 떠나자.
. 지리산 (어머니의 품, 민족의 영산)
. 설악산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암릉미)
. 북한산 (세계가 부러워하는 도심 속 천혜의 자연)
. 한라산 (남한 최고봉, 이국적인 화산)
. 소백산 (끝없이 펼쳐지는 부드러운 초원 능선)
. 덕유산 (겨울 눈꽃산행의 최고봉)
. 속리산 (신선들이 거닐던 심산유곡과 거대한 암릉의 조화)
. 태백산 (민족의 영산)
. 주왕산 (기암괴석과 깊은 협곡이 빚어낸 천혜의 요새)
. 계룡산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산)

지리산(1,915m)
어머니의 품, 민족의 영산
글 신준범 취재팀장
지리산은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다. 1967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악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인 483㎢이며, 둘레만 320km에 이른다. 명성에서도 남한 최고라 하기에 걸맞다.
예부터 지리산은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워진다智異'고 하여 이름 붙여진 유서 깊은 영산이다. 날카롭고 날 선 바위산들과 달리, 끝없이 펼쳐지는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능선과 그 품에 안긴 깊은 계곡들은 대한민국 산의 뿌리이자 거대한 어머니의 품 그 자체다. 우리나라 산 가운데 대피소가 가장 많아 며칠씩 대피소에서 숙박하며 종주산행할 수 있는 곳도 지리산이 유일하다. 능선에 올라섰을 때 펼쳐지는 둥근 산의 실루엣의 겹쳐짐, 부드러운 첩첩산중의 원경을 '산그리메'라고 하는데, 지리산에서 본 산그리메는 가히 한국 산을 대표하는 경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피소에서 잠을 자며 며칠씩 걸으면, 종일 경치를 보고,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다. 많은 산꾼들은 지리산 종주를 통해 '내가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산이 나를 보고 있구나'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되고, 실제로 더 지혜로워지지는 않더라도, 잡념을 놓아버리거나 미웠던 누군가를 용서하기도 한다. 설악산이 진정한 경치를 보여 주는 산이라면, 지리산은 진정한 나를 보여 주는 산이다.
지리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종주 산행의 성지이자, 트레일러닝 또는 무박산행의 성지이며,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산으로 당당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인기 코스
성삼재~삼도봉~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주능선 종주 33km, 2박3일>
현재 인기 코스
중산리탐방안내소~로타리대피소~천왕봉~로타리대피소~중산리탐방안내소 <중산리-천왕봉 최단거리 왕복, 11km, 7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성삼재~노고단~연하천대피소(1박)~삼도봉~세석~장터목(1박)~천왕봉 일출 감상~장터목~백무동 <1일차 성삼재~연하천 13km, 6시간, 2일차 연하천~장터목 13km, 8시간, 3일차 장터목~천왕봉~장터목~백무동 11km, 6시간>

설악산(1,708m)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려한 암릉미
글 신준범 취재팀장
자연이 빚어낸 바위산의 예술적인 암릉미, 그 절정에 닿은 산이다. 남한에서 가장 화려한 바위산이며, 남성적인 날카로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리산이 넉넉하고 부드러운 어머니 품이라면, 설악산은 강인한 남성미를 가진 아버지 품이다.
지능선, 계곡 하나 하나가 모두 명품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대청봉, 천불동계곡, 공룡능선, 서북능선, 수렴동계곡, 십이선녀탕계곡, 용아장성, 토왕성폭포 등 이름만 불러도 감탄과 함께 바위 비경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떠오른다면 당신은 진정한 산꾼이다. 예부터 설악산은 '한가위에 내리기 시작한 눈이 연중 중삼(이듬해 여름)에 이르러야 녹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희고 거대한 바위산이다. 웅장하고 부드러운 흙산(육산)인 지리산과 달리,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날카로운 암릉과 깊고 맑은 계곡은 대한민국 골산骨山의 정점이자 거대한 자연 성곽 그 자체다. 남한에서 가장 험난하고 화려한 암릉인 공룡능선을 품고 있어 등산인들에게 언제나 심장을 뛰게 하는 불멸의 로망이자 도전의 대상이다.
많은 산꾼들은 설악산행을 통해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미력함을 깨닫는 동시에, 그 거친 길을 마침내 해냈다는 뜨거운 성취감을 얻는다. 설악산은 일상의 무기력과 매너리즘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지리산이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하는 영혼의 산이라면, 설악산은 오감을 깨우고 가슴을 끓게 만드는 열정의 산이다. 설악산은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암릉 산행의 성지이자, 사계절 비경의 종착지이며, 가장 강렬한 희열을 주는 산으로 당당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인기 코스
오색~대청봉~희운각~천불동계곡~설악동 <16km, 11시간>
현재 인기 코스
오색탐방지원센터~대청봉~오색탐방지원센터 <오색-대청봉 최단거리 왕복, 10km, 7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설악동~희운각대피소(1박)~공룡능선~오세암~소청대피소(1박)~대청봉~오색 <1일차 설악동~희운각 8.5km, 4시간, 2일차 희운각~소청 12.5km, 9시간, 3일차 소청~오색 6km, 5시간>

북한산(836m)
수도 서울의 최강 바위산
글 정유진 기자
북한산은 수도 서울의 등줄기를 받치고 솟구친 거대한 화강암 성채다. 수많은 바위 봉우리와 넓은 산줄기를 품고 있는 산이다. 산릉 곳곳에 솟아오른 암봉들의 웅장함은 끝이 없다. 봉우리들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능선은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한강의 북쪽을 지키는 산이라는 뜻으로 '북한산北漢山'이라 이름 붙었다.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 세 봉우리가 뿔처럼 솟아 있어 조선시대에는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렸다.
특히 810m의 화강암 봉우리인 인수봉은 한국 암벽등반의 메카다. 인수봉은 한국 등반사의 태동과 성장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일제 때부터 암벽등반이 시작되며 100개에 달하는 루트가 개척되었다. 그 열정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북한산의 가장 큰 매력은 압도적인 접근성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차를 타고 조금만 벗어나면 바위산 특유의 거친 암릉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하이킹 성지로도 유명세를 탔다. 주말 백운대에서는 K-등산 문화를 즐기는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북한산은 국내 국립공원 중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백운대 정상에 서면 서울 산들의 주요 능선이 한눈에 읽힌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망만큼이나 북한산이 품은 등산 코스는 무궁무진하다. 반나절이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짧은 코스부터 산의 골격을 통째로 가로지르는 긴 종주 코스까지 다양하다. 초보자부터 베테랑까지 모두를 품어내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산이다. 북한산은 주말마다 도시 산꾼들을 불러 모으는 바위 요새로 당당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과거 인기 코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대서문~등운각~대동사~백운대~하루재~백운대탐방지원센터 <산성계곡 전통 횡단 10km, 5시간 30분>
현재 인기 코스
백운대탐방지원센터~하루재~백운대피소~백운대 (왕복) <백운대 최단 코스 4km, 3시간 30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육모정공원지킴터~영봉~백운대~대동문~문수봉~비봉~족두리봉~대호아파트 <북한산 횡종주 17km, 8시간 30분>

한라산(1,947m)
전 국민의 등산 버킷리스트
글 정유진 기자
한라산은 바다 한가운데 솟구친 남한 최고봉이다. 국내 최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제주도 섬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규모의 산으로 계절마다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봄에는 털진달래와 산철쭉이 분홍빛 바다를 이루고, 겨울에는 칼날 같은 상고대가 산 전체를 겨울의 왕국으로 만든다. 해발 1,947m 정상에서 마주하는 압도적인 풍경은 전 국민의 영원한 등산 버킷리스트다. '한라산漢拏山'이라는 이름은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을 정도로 산이 높다'는 뜻을 갖는다.
한라산은 제주섬 중앙에 우뚝 솟아 사방으로 완만한 형태를 띠는 순상화산이다. 아열대부터 고산식물까지 아우르는 독특한 생태계와 화산 지형이 주는 이색적인 풍경은 한라산만이 가진 독보적인 가치다.
산행의 정점은 단연 정상의 화구호인 '백록담白鹿潭'이다. 철 따라 옷을 갈아입는 백록담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사계절 내내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 이 섬으로 모여든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끝없는 수평선과 함께 발아래 펼쳐지는 오름들을 볼 수 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초현실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이 아름다운 정상은 누구에게나 허락되지 않는다. 한라산은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탐방예약제를 실시한다. 백록담으로 향하는 길은 성판악과 관음사 두 코스뿐이다. 성수기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관리 체계도 독특하다. 다른 국립공원들과 달리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별도로 엄격하게 통제한다. 정상에 가려면 지정된 시간 내에 반드시 대피소를 통과해야 한다. 한라산은 이처럼 철저한 규제와 관리 속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켜내고 있다.
과거 인기 코스
영실 입구~노루샘~윗세오름~남벽분기점~돈내코 탐방로 하산 <윗세오름 남벽 코스, 13km, 6시간 30분>
현재 인기 코스
성판악 탐방안내소~속밭대피소~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 (왕복) <성판악 왕복 코스, 19km, 9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관음사 탐방로~삼각봉대피소~백록담 정상~진달래밭대피소~속밭대피소~성판악 탐방안내소 <관음사 출발 성판악 하산 코스 18km, 8시간 30분>

소백산(1,439m)
우아하고 부드러운 능선…사시사철 사람 많은 명산
글 서현우 기자
소백산 능선은 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기분 좋은 자장가처럼 적당히 출렁거려 마치 잔잔한 파도에 몸을 맡기듯 절로 발길이 나아가게 만드는 포근한 매력이 있다. 수많은 야생화가 피며 봄에는 철쭉이 만개하고, 겨울에는 멋진 설경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인 주목군락도 운치를 더한다. 깊은 계곡도, 유서 깊은 사찰도 곳곳에 많다. 그래서 사시사철 사람들이 찾는 명산이다. 소백산 인기등산코스는 시대적으로 변화가 뚜렷하다.
먼저 가장 오랜 역사를 찾자면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백산을 오르고 산행기를 가장 먼저 남긴 이가 퇴계 이황이다. 당시 이황은 죽계구곡이 있는 배점리 초암사 코스로 국망봉에 올랐다. 조선시대에 전하는 소백산 산행기는 총 14편이 있는데 후대에 나온 건 대부분 이황의 뜻과 이념을 기리기 위해 그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좇아 올랐다.
현대에도 변화가 있다. 이황처럼 죽계구곡 초암사 코스나 희방, 삼가 등 영주 방면을 들머리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가 점차 단양 방면 코스도 인기가 높아지게 됐다. 구인사에서 시작해서 신선봉을 넘어 연화봉까지 잇는 코스나 '구봉팔문'이라고 해서 구인사를 끼고 있는 9개 봉우리의 8개 협곡을 한 번에 오르는 산꾼이 많았다. 현재는 모두 비법정탐방로다.
최근에는 100대 명산 등 정상 인증을 중시하는 산행 문화가 자리 잡히면서 '최단코스'의 인기가 높다. 어의곡, 천동탐방지원센터에서 비로봉만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 다만 이 경우 소백산의 백미인 능선종주를 티끌만큼만 하게 된다. 죽령에서부터 올라 능선을 고스란히 느껴야 소백산의 가치를 오롯이 알 수 있는 것. 제2연화봉 대피소를 활용해 1박2일로 종주하면 초보자도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호텔을 방불케 하는 최신식 대피소라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과거 인기 코스
초암탐방지원센터~죽계구곡~국망봉~비로봉~비로사~삼가탐방지원센터. <13km, 6시간 30분>
현재 인기 코스
천동탐방지원센터~비로봉~어의곡탐방지원센터. <12km, 6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죽령탐방지원센터~제2연화봉~비로봉~천동탐방지원센터. <17km, 9시간>

덕유산(1,614m)
'가장 오르기 쉬운' 남한 3위 고봉…육골산 섞인 장쾌한 17km 능선
글 서현우 기자
덕스러운 덕유산은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 이름처럼 넉넉하고 웅장하게 펼쳐진 덕유평전에서 육산의 면모를, 남덕유에서는 장쾌하고 힘찬 골산의 형세를 살펴볼 수 있다. 남한 내륙 제3위의 고봉답게 우뚝 솟구쳐 사방팔방 일망무제의 조망과 환상적인 산그리메를 볼 수 있으면서도, 그 안에 아기자기 33경을 품은 구천동 계곡도 있다.
과거에는 험하고 오지인 탓에 십승지 중 한 곳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스키리조트가 들어서고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르기 쉬운 고산'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흥미롭다.
향적봉에서 남덕유에 걸친 17km의 굵은 주능선이 기세등등하다. 남북으로 뻗은 산의 형세가 분명한 탓에 등산로 또한 단순명쾌하다. 주능선을 따르다가 계곡부로 가지 치듯 떨어진다. 보통 등산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과 다른 덕유만의 특징이다.
필두는 구천동기점 코스다. 고즈넉한 계곡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구천동을 따라 6km쯤 산책길 같은 길로 걷다보면 백련사다. 땅에서 자라는 역고드름을 볼 수 있는 오수자굴을 지나면 중봉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넉넉한 능선이 펼쳐진다.
1990년에 개통한 케이블카는 덕유산의 등산패턴을 바꿔 놨다. 충분한 체력을 갖춘 산꾼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정상 능선을 탐방할 수 있게 됐다. 설천봉(1,525m)까지 6km를 12분 만에 올라 600m만 걸으면 정상인 향적봉을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눈꽃 산행 성지로 꼽힌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당일산행을 할 수도 있다. 케이블카로 오른 뒤 구천동으로 내려서거나, 반대로 구천동으로 올라 케이블카로 하산하는 식이다. 덕유산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남북 능선을 모조리 종주하는 '육구종주'가 제격이다. 육십령부터 남덕유산, 무룡산, 삿갓재를 지나 구천동까지 총 31km다. 보통 삿갓재대피소에서 1박하며 걷는다.
과거 인기 코스
구천동탐방지원센터~백련사~중봉~향적봉~백련사~구천동탐방지원센터. <18km, 9시간>
현재 인기 코스
구천동탐방지원센터~백련사~중봉~향적봉~설천봉~케이블카. <12km, 5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육십령~구천동 <31km, 14시간(순수산행시간 기준. 보통 1박2일~2박3일로 진행>

속리산(1,058m)
제2의 금강·소금강, 경치 수려
글 윤성중 기자
속리산俗離山은 이름 그대로 '속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간다俗離'는 뜻을 지녔다. 1970년 6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총면적 275km2로 지리산국립공원과 비교했을 때 반 정도 되는 규모다. 충청북도 보은군, 괴산군. 경상북도 상주시, 문경시에 걸쳐 있다. 최고봉은 천왕봉(1,058m)이고 그 외 문장대(1,054m), 비로봉(1,032m) 등의 봉우리로 이뤄져있다. 예로부터 제2의 금강 또는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신라 시대 진표율사의 깨달음과 농부들의 발심에서 비롯된 그 이름처럼, 예부터 이곳은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 접어두고 호젓하게 자신을 정화하는 은신처였다.
속리산은 웅장한 화강암 기암괴석들이 부드러운 침엽수림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 같은 격조 높은 풍경을 완성한다. 천년 고찰 법주사와 세조의 이야기가 얽힌 정이품송 등 찬란한 문화유산의 품격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 백두대간의 중심축에서 한강, 금강, 낙동강으로 갈라지는 삼파수의 뿌리(천왕봉)이기도 하여 지리적 명성 또한 남한 최고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속리산 능선에 서서 바라보는 문장대와 입석대, 비로봉의 기암괴석들은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바위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그 기상 속에서 숲길을 걷다 보면, 마음속에 엉켜 있던 세속의 번뇌와 잡념이 서서히 흩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속리산은 기이한 바위와 깊은 숲의 조화를 통해 속세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진정한 평온을 선물하는 산이다. 오늘날에도 속리산은 가벼운 힐링 트레킹을 원하는 이들부터, 백두대간을 타는 장거리 하이커들과 트레일러너들에게 깊은 영감과 울림을 주는 성지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인기 코스
법주사~세심정~문장대~신선대~천왕봉~법주사 <속리산 주능선 완전 정복 종주, 약 16km, 7~8시간>
현재 인기 코스
화북탐방지원센터~오송폭포~문장대~화북탐방지원센터 <속리산 최고 경관인 문장대 최단거리 왕복 코스, 6km, 5시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화북탐방지원센터~오송폭포~문장대~신선대~경업대~세심정~법주사 <웅장한 기암괴석 능선을 지나 불교 문화, 호젓한 숲길(세조길)까지 단 하루에 모두 경험하는 '속리산의 정수' 코스. 총 10km, 약 5시간 30분>

태백산(1,567m)
민족의 영산
글 윤성중 기자
태백산太白山은 이름 그대로 '크고 밝은 고산太白'이라는 뜻을 지닌, 한반도의 뼈대를 이루는 백두대간의 중추이자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2016년, 그 상징성과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m)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1,567m) 동쪽에 문수봉(1,517m), 영봉과 문수봉 사이의 부쇠봉(1,546m) 등으로 이뤄져 있다. 태백산은 육중하고 완만한 흙산(육산)의 형태로 웅장하게 뻗어 있다. 따라서 '남성적인 웅장함과 포용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태백산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땅이었다. 정상부에 위치한 천제단(고조선 시대부터 하늘에 제를 올리던 제단)은 이 산이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우리 민족의 정신적 뿌리임을 증명한다. 태백산은 끝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과 그 품에 터를 잡은 천년 주목 군락이 압도적인 경외감을 선사한다.
태백산 능선에 올라서면 동해에서 불어오는 거침없는 고공의 청량풍과 마주하게 되는데, 종일 묵묵히 녹음 속을 걷다 보면 세속의 자잘한 고민과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자연의 거대함 앞에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태백산은 초록빛 생명력의 침묵 속에서 삶의 본질적인 궤적을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아버지의 산이다.
오늘날에도 태백산은 하절기 고원 피서 산행의 절대적인 성지이자, 야생화 트레킹 및 백두대간 종주 하이커들에게 변함없이 깊은 영감과 서늘한 위로를 전하는 산으로 우뚝 서 있다.
과거 인기 코스
산제당골~소문수봉~문수봉~천제단~당골광장<태백산의 대표적인 봉우리들을 모두 탐방할 수 있는 클래식 코스, 11km, 5시간>
현재 인기 코스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 주차장<야생화 군락지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엮은 '힐링 생태 트레킹' 코스, 9km, 4시간 30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유일사 매표소~장군봉(최고봉 인증)~천제단(일출 또는 기도)~부쇠봉~깃대배기봉~두리봉~병오천 계곡~백천탐방지원센터 <'태백산의 정수' 코스. 총 14km, 약 8시간>

주왕산(721m)
가장 이국적인 뷰 포인트
이재진 편집장
국립공원 주왕산은 거대한 암벽과 깊은 계곡이 어우러진 산으로 한국의 산 중에서도 독보적인 뷰 포인트를 지닌 경상북도 청송의 명산이다. 수천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분출된 화산재가 굳어져 만들어진 거대한 응회암 절벽이 특징으로 초입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수직 암벽 '기암단애'를 비롯해 학소대, 급수대 등 천혜의 지형을 품고 있어 산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주왕산을 찾던 이들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경로는 단연 '주봉 코스'와 외곽의 거친 능선을 타는 산행이었다. 대전사에서 출발, 주봉(720m)을 거쳐 칼등고개, 제3폭포로 이어지는 코스로 나무 데크 계단이나 정비된 야자매트가 없던 시절, 등산객들은 거친 흙길과 가파른 돌계단을 오롯이 두 발로 버텨내야 했다. 주봉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져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기 일쑤였지만, 정상에서 펼쳐지는 웅장한 산야는 그 모든 노고를 보상받고도 충분했다.
최근 주왕산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는 곳은 '용추계곡 코스(옛 주왕계곡 코스)'다. 대전사에서 출발, 용추폭포와 절구폭포, 그리고 용연폭포로 이어지는 왕복 4.4km의 코스로 유모차나 휠체어를 동반한 탐방객도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잘 정비된 '무장애 탐방로'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다른 현재의 인기 명소는 숨은 비경으로 꼽히는 '절골 코스'. 인근의 주산지와 연계해 많이 찾는 절골계곡은 원시림과 맑은 계곡물을 따라 완만하게 걷는 코스로,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고요한 사색을 즐기려는 젊은 층과 트레커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기암을 가장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장군봉~금은광이 코스는 일반적인 주봉 코스보다 호젓하며, 주왕산의 골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어 베테랑 산객들에게 인기다.
과거 인기 코스
호연지기와 극기를 다지던 '주봉·종주 코스'<약 9km, 4시간>
현재 인기 코스
자연을 음미하는 '용추계곡·절골 코스'<왕복 4.4km, 2시간30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장군봉~금은광이 코스 <약 11km, 5시간>

계룡산(846m)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산
글 이재진 편집장
충남 공주와 대전, 계룡에 걸쳐 있는 계룡산국립공원은 1968년 지리산에 이어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닭벼슬을 쓴 용의 형상을 한 산으로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명산으로 꼽혀 왔다. 능선마다 솟구친 기암괴석과 깊은 골짜기는 철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수많은 등산객을 불러 모은다. 계룡산의 진수는 천황봉을 중심으로 삼불봉,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암릉이다. 특히 '연성릉' 구간은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조망이 일품이다. 산자락에는 '춘春동학, 추秋갑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고찰 동학사와 갑사, 그리고 신원사가 자리 잡고 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가장 사랑받았던 코스는 동학사에서 출발해 반대편 갑사로 넘어가는 '동갑 코스'였다. 동학산 주차장을 출발, 은선폭포와 관음봉·연천봉을 거쳐 갑사로 가는 코스로 '춘春동학, 추秋갑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봄에는 신록이 우거진 동학사 골짜기로 진입해,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갑사 변으로 내려오는 이 코스는 계룡산을 온전히 관통하는 매력이 있다.
천정탐방지원센터를 출발, 큰배재, 남매탑, 삼불봉 관음봉. 은성폭포를 거쳐 동학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현재 가장 선호되는 이 코스는 계룡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스릴 넘치는 구간인 '자연성릉'을 완벽하게 즐기면서도 주차장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는 동선이다.
동학사 방면의 인파를 피해 계룡산의 깊고 고요한 절집 분위기와 기암을 함께 음미하고 싶을 때 추천하는 서쪽 사면 코스. 특히 추秋갑사甲寺라는 말이 있듯, 가을의 고즈넉한 산사 분위기가 그만이다. 갑사에서 출발해 대성암, 연천봉, 삼불봉을 거쳐 갑사로 회귀하는 코스로 갑사 오리숲길의 장엄한 고목들을 지나 연천봉에 오르면 낙조에 물든 서해 들녘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하산길에 거치는 금잔디고개의 호젓한 억새와 신흥암 주변의 고요한 계곡 길은 등산객들에게 더없이 좋은 휴식처다.
과거 인기 코스
동학사~갑사 '동갑東甲 종주' <편도 약 9km, 5시간30분>
현재 인기 코스
'루프형 원점회귀' <약 9.5km, 4시간30분>
월간山 기자 추천 코스
'갑사~연천봉 코스' <약 9km, 4시간30분>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