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發 원가상승에 가격인상 '발목'…식품업계 어쩌나
정부, 물가안정 강조… 영업익 전망치 잇단 하향
[대한경제=정대연 기자] 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식품업계의 수익성 압박 수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쟁 전 비축했던 원자재 물량은 1분기에 모두 소진했고, 2분기 인상된 가격에 매입한 물량이 투입되면서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어서다. 해외 실적만으로 원가압박을 상쇄하는데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는 결국 가격을 조정해야하는데,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라 냉가슴을 앓는 실정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식품업체 영업이익 전망이 최근들어 하향 조정됐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1월 증권가에서 내다본 식품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롯데웰푸드 511억원 △동원산업 1369억원 △농심 516억원 △오리온 1393억원 등이었다. 그러나 5월에는 △롯데웰푸드 445억원 △동원산업 1273억원 △농심 495억원 △오리온 1400억원으로 조정됐다.
식품업계 수익 기대치를 낮춘 이유는 원자재 수급난이 컸다. 그 중에서도 포장재가 가장 큰 부담이다. 식품 포장재에는 나프타가 필수로 쓰인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원유 수급이 막히면서 국내 나프타 물량도 급감했다. 나프타 1톤당 가격은 1월 557달러였으나 3월 1019달러를 기록하고 5월 958달러에 거래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일 수소문을 통해 겨우 포장재를 받고 있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팜유와 밀 등 식품 원자재의 국제 가격도 상승했다. 이미 1분기에도 여러 요인으로 매출원가가 △롯데웰푸드 4% △동원산업 9% △농심 2% △오리온 16% 등 상승한 상태다. 식품업계는 보통 3~6개월 단위로 주요 원재료를 비축해 놓기 때문에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전쟁 이후 고가에 매입한 원재료가 투입된다. 가공식품에 주로 쓰이는 팜유와 밀의 1분기 톤당 가격은 1049달러, 261달러로 각각 5%, 9% 상승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비축분과 추가 매입분의 가격 모두 이전에 비해 상승하면서 원가 압박이 커졌다. 실제 4월 실적을 발표한 오리온은 중국 법인 영업이익이 223억(+17%)을 기록했으나 국내 법인 영업이익은 150억원으로 7% 하락했다.
원가 상승 요인을 해소하려면 결국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다. 6ㆍ4 지방선거 이전부터 식품업계의 가격인상 통제 분위기가 강하다.지난 11일에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관계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물가와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특별 관리를 요청했다. 선거 이후에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제10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장바구니 체감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영업자 중심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외식ㆍ카페 프랜차이즈는 선거 직후 잇달아 가격을 인상했지만, 식품 제조업체들은 쉽게 인상카드를 꺼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물가 안정 기조를 강조하고 있어 가격 인상을 하기 어렵다”며 “기업으로서 최소한의 영업이익은 지킬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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