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현실이 된 9년 전 예언[미·이란 전쟁 100일]

조형국 기자 2026. 6. 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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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언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껏 목적을 달성할 믿음직하고 일관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방부는 정책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대신, 작전으로 정책을 구성했다. 국무부는 위험에 사전대비하지 않고, 위기에 사후대응했다. 백악관은 근거 없는 포퓰리즘적 메시지로 이 두 기관의 노력마저 흔들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중동 정세 석학 안드레아스 크리그는 2017년 발표한 그의 논문 <트럼프와 중동 :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에서 이같이 밝혔다. 9년 전 그의 진단은 2026년 중동의 전장에서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미·이란 전쟁의 100일은 구속력 없는 휴전, 쉬지 않는 충돌, 진전없는 협상으로 점철됐다. 크리그의 지적대로, 군사 대치로 인한 긴장은 휴전 중에도 누그러진 적이 없었다. 협상을 진전시킬 외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그 공백을 며칠 후면 거짓이 될 근거 없는 낙관이나 말뿐인 시한을 그어둔 엄포가 메웠다. 스스로 전쟁의 승자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핵 억제’라는 명분으로 이 전쟁을 시작하고 주도했음에도 전 세계로부터 호의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9년 전 크리그는 미 국무부 축소로 인한 외교력의 약화, 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공군력 외교(Air power diplomacy)가 중동에서의 미국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국무부의 급진적 감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단 하나의 권력 수단, 군대만 남았다”라며 “중동의 분쟁을 관리할 외교력(소프트 파워)이 없으며, 군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사후적으로만 반응할 수 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효율화를 명목으로 국무부의 예산과 인력을 대거 감축했고, 이 과정에서 대외 기능이 대폭 약화했다. 핵 협상 도중 공습을 당한 이란이 미국 외교라인을 “뒤통수친 사람들”이라 부르는 것도 신뢰 상실의 상징적 장면이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나서 이란과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을 이끌 신뢰도 카드도 없는 상황에서 논의는 공전했다.

크리그는 미국이 “공군력과 기술, 현지 대리인에 의존하는 원격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 내다봤다. 미·이란 전쟁에서도 미군과 이란 사이에 이뤄지는 군사 충돌 대부분이 공습과 요격, 해군 봉쇄 등 원격 전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이란계 쿠르드족을 활용한 대리 지상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크리그는 미국이 이란 봉쇄의 부담을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관계국과 나누고 싶어하겠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등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럽 등 우방 세력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동맹국들이 호응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동맹의 도움이 필요 없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는 요동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 나간 쓰레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라(3월13일)”고 했다가 “어디에도 병력(지상군)을 보내지 않는다(3월19일)”라고 했다. “이란과 협상을 아주 잘하고 있다(3월29일)”고 밝힌 다음 날에는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모든 발전소, 유전, 하르그섬, 모든 담수화 시설까지 완전히 파괴할 것(3월30일)”이라고도 했다. 발발 9일 차에 “마무리 수순”이라던 전쟁은 어느덧 100일을 맞았고, 그사이 최후통첩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크리그의 진단은 미국이 이란을 결국 공격했다는 단 하나의 사실을 제외하곤, 거의 모두 현실이 됐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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