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으로 번지는 재선거 시위…2030의 분노 이면엔 ‘구조적 불평등’ [Pick코노미]

서울 송파구 잠실 개표소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지만, 현장을 메운 2030 세대의 분노를 단순히 선거 논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이 직면한 소득 감소와 주거비 급등, 자산 형성 기회 상실이 누적되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생각하는 공정과 정치권이 말하는 공정이 다르게 쓰이고 있다”며 “정치적 측면을 걷어내고 경제적으로 보면 세대 간 분리가 이미 일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들에는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과 박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노동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4월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3.7%를 기록해 전년 대비 1.6%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코로나19가 있었던 2021년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청년층 고용률은 24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 속에 회계사 등 전문직으로 구성된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분야의 신규 채용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불안은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 500원으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같은 기간 40대는 7.7% 늘었고 50대와 60세 이상도 증가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소득이 감소한 계층은 39세 이하가 유일했다.
소득은 줄었지만 주거비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올해 1분기 실제 주거비는 월평균 21만 2400원으로 전년 대비 11.6%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11.9%, 4분기 12.8%에 이어 세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 가속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자산 격차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39세 이하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2억 1950만 원으로 10년 전보다 23.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40대는 같은 기간 82.8% 증가한 4억 8389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 40대의 순자산은 청년층의 2.2배 수준이다.

정부가 주요 지역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자산이 부족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취업 후 일정 기간 소득을 모으고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구입하는 자산 형성 경로가 작동했지만, 최근에는 소득 증가세 둔화와 전월세 부담 확대 등으로 가처분소득 자체가 줄면서 이 같은 경로가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정년 연장 역시 청년층 입장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의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의무적인 법정 정년 연장(61.1%)을 선호한 반면 20대는 선택적 계속고용 방식(44.0%)을 더 선호했다. 정년 연장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청년층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 약화가 국가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은 투표”라며 “투표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면 제도 작동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불만을 단순한 정치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자리 감소와 소득 정체, 주거비 상승, 자산 양극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사회적 긴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청년 세대가 다시 성장 경로에 올라설 수 있도록 고용·주거·자산 형성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혜란 기자 k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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