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미용의료기기 기업들, 왜 ‘자진 상폐’ 택했나
글로벌 확장·사업 재편 위해 비상장 전환 선택

| 서울=한스경제 허승아 기자 | 최근 3년간 국내 미용의료기기 업계에서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기업들의 자진 상장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재무 투자에 그치지 않고 경영권 확보 이후 완전 자회사 편입과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루트로닉을 시작으로 제이시스메디칼, 비올이 연이어 사모펀드(PEF)에 인수된 뒤 공개매수와 주식교환을 거쳐 자진 상폐됐다.
과거 상폐는 부실기업 퇴출로 인식됐다면 최근에는 성장 기업을 비상장 체제로 전환한 뒤 글로벌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상장폐지 후 체질 개선
대표적으로 에스테틱 레이저 의료기기 국내 1위, 글로벌 5위 기업인 루트로닉이다.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2023년 루트로닉을 공개 매수 후 상폐했다. 이후 글로벌 1위 사이노슈어를 추가로 인수하면서 '시노슈어 루트로닉'으로 사명 변경. 이를 통해 루트로닉은 기존 레이저 장비 경쟁력에 사이노슈어의 글로벌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프랑스 헬스케어 전문 사모펀드 아키메드는 2024년 약 1조원을 투입해 제이시스메디칼을 인수한 뒤 자진 상폐했다. 2021년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지 3년만에 비상장사로 전환됐다. 회사의 대표 제품은 텐서티, 리니어지, 포텐자 등으로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비올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VIG파트너스는 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비올 지분 약 90%를 확보한 뒤 상장폐지를 추진했다. 이후 비올메디컬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세계 최초 바이폴라 고주파(BRF) 비절연 마이크로니들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 국내 증시 투자 매력 저하
사모펀드가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이유는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 재편의 유연성이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와 소액주주 권리 보호, 주주환원 요구 등을 고려해야 하지만 비상장사는 상대적으로 조직 개편이 수월하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가 인수한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이 잇달아 비상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다른 상장사들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클래시스와 원텍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중소형 우량 종목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게 되면 국내 주식시장의 다양성과 투자 매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영향력이 커진 환경에서 사포먼드가 장기 전략을 실행하기에는 상장 상태가 오히려 제약이 될 수 있다"며 "비상장 전환은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올까지 품절주로 합류하면서 다음에 매각될 업체가 어디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라며 "현재 남아 있는 미용의료기기 상장사가 얼마 없다보니 유력 후보가 상당히 좁혀진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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