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의 시선' 거두고 분석했더니 …"홍명보호 32강은 당연하다"[Deep&w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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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국내 관심은 유례없이 저조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무려 11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지난 10차례 대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관심도가 낮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주요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은 크게 줄어들었고, 주요 미디어의 월드컵 언급도 제한적인 게 문제일 수 있다. 대회를 앞두고 치러진 6·3 지방선거나, 월드컵 중계 예정인 방송사의 수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은 축구 인기의 하락이다. 국가 대표팀 A매치 관중 수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든 것은 단적인 예다. 대한축구협회가 각종 논란을 일으키며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축구에 대한 대중의 열기가 차갑게 식는 바람에 월드컵 붐 조성에 실패한 것이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직 축구인들에 대한 사면 시도 파문에서 비롯된 축구협회의 헛발질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태업과 해임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까지 이어졌다. 정부까지 나서 축구협회를 질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별다른 해결책 대신 정몽규 회장의 4선으로 방치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은 무관심으로 복수에 나섰다. 축구에 등을 돌렸고 축구 대표팀은 출정식 행사도 없이 쓸쓸히 장도에 올랐다. 그 때문일까.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 회장이 ‘월드컵 종료 이후 사임’을 발표했지만, 식어버린 팬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관심이 크게 줄어든 탓인지, 이번 대회에서의 대표팀 성적에 대한 기대치마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월드컵이 열리는 걸 알고 있는 일부 팬들마저 이번 대회 성적을 비관한다. 상당수 팬이 "월드컵 16강, 아무나 하나", "32강은커녕 1무 2패 정도면 다행이라던데" 등의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근거가 전혀 없는 전망은 아니다. 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본선 진출 확정 뒤 가진 평가전에서 브라질과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대패했다. 본선 개막 1년을 앞두고 시도하기 시작한 전술 변화가 빠르게 자리 잡지 못하면서 경기력 반등에 실패한 탓이다.

하지만 부정적 정서를 거둬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현실은 그보다 낙관적이다. 2026년 월드컵은 역대 가장 많은 48개 팀이 모여 본선을 치른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조별리그는 탈락보다 통과 확률이 훨씬 높다. 각 조 1, 2위 24개 팀에 더해, 조 3위 12개 팀 중 8개 팀까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구조이다.
FIFA 랭킹 25위인 대한민국은 A조에 속해 체코(41위), 멕시코(15위), 남아프리카공화국(60위) 과의 순서로 예선 경기를 치르는데, 일단 주요 선수 구성은 역대 최고 수준과 손색이 없다. 최고참이지만 여전히 팀 내 에이스인 손흥민, 유럽 챔피언 메달을 목에 걸고 대표팀에 합류한 이강인, 독일 무대를 평정한 명문구단의 수비수 김민재가 중심을 잡고 있다. 26인 스쿼드의 수준은 역대 최고로 꼽힐 만하다.

물론 본선 3경기를 모두 멕시코 고지대에서 치러야 하는 것은 핸디캡이다. 하지만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뒤늦게 본선행이 확정된 체코가 고지대 적응 스케줄 없이 우리와 본선 첫 경기를 치르는 건 호재로 꼽힌다.
일단 예선전 상대별로 분석해보자. 1차전(12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상대인 체코는 우리보다 1주일 늦게 대표팀을 소집했다. 지난달 31일 자국에서 코소보와 평가전(2-1 승)을 마친 뒤, 지난 2일 사전 캠프 없이 곧바로 미국 뉴저지에 이동했고 뉴욕 양키스의 MLB 경기를 관람하며 현지 적응보다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뉴저지에서 과테말라와 최종 평가전을 가진 체코는 고지대가 아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멕시코를 오가며 1,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체코 대표팀에는 190㎝ 이상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세트피스 공격에 강점을 보인다. 26명 가운데 17명이 자국 리그 소속이고, 그중 10명이 자국리그 우승팀 슬라비아 프라하 주전 선수들이라 조직력이 탄탄하다.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동료인 센터백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와 독일 레버쿠젠 공격수 파트리크 시크가 핵심으로 꼽힌다.
2차전(19일 오전 10시) 상대는 개최국 멕시코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이강인과 함께 했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멕시코는 자국리그 포스트시즌 일정이 한창 중이던 5월 중순 대표팀을 조기 소집해 논란에 휩싸였다. 소집 선수들을 무조건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키겠다는 약속을 하면서까지 일찍 캠프를 열었지만 주전 다수를 차지하는 해외파 선수들이 없는 상태여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전력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스타급 선수는 적지만 터프한 선수들로 가득한 스쿼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40대에 접어들어 개인 통산 6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부터 ‘2008년생 천재 미드필더’ 힐베르토 모라까지 위협적인 선수들이 가득하다.
3차전(25일 오전 10시)에서 만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역예선에서 악전고투를 벌인 뒤에야 본선에 올랐다. 레소토전에서 2-0으로 이겼지만, 행정 착오로 인한 부정 선수 출전으로 0-3 몰수패 처리되며 승점 3점이 삭감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나이지리아를 제치고 본선행을 확정했지만 A조 최약체로 분류된다.
요주의 인물은 유일한 유럽 빅리거인 프리미어리그 번리의 스트라이커 라일 포스터다. 남아공의 최대 강점은, 벨기에 출신의 경험 많은 휴고 브루스 감독이다. 그는 2017년 카메룬 대표팀을 이끌고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정상에 올랐다. 남아공은 우리와는 해발 540m 정도의 몬테레이에서 맞붙는다.

대한민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OPTA)는 홍명보호가 조별리그 A조에서 개최국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옵타는 한국이 32강에 오를 확률을 70.35%로 예상했다. 16강에 오를 확률은 33.52%였다. 한국이 속한 A조 중에서는 멕시코의 32강 확률이 87.6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국, 체코(63.38%), 남아공(49.29%) 순서였다.
한국의 조 1위 가능성은 22.69%로, 멕시코(47.88%)보다는 낮았다. 그러나 체코(18.1%)나 남아공(11.4%)보다는 높았다. 만약 멕시코에 베이스캠프를 차린 대한민국은 조 1위를 차지할 경우 개최국이 미리 짜둔 유리한 스케줄을 물려받는다. 32강전과 16강전을 모두 멕시코시티에서 치르게 된다. A조 1위는 C·D·F·G·H조 3위 중 한 팀과 7월 1일 멕시코시티에서 32강전을 갖는다. 조 2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건너가 B조 2위를 만난다. B조는 캐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카타르, 스위스가 속해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지금까지 세 차례다. 2002년에는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해 4강까지 올랐고, 2010년에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지만 우루과이에 석패했다. 2022년에는 포르투갈을 꺾는 이변 속에 조 2위로 통과했지만 16강에서 브라질에 완패했다.
홍 감독이 2014년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이번에는 씻을 수 있을까. 누적된 실망감으로 등을 돌린 팬들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번 월드컵은 한국 축구계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서형욱 MBC축구해설위원·유튜브 '뽈리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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