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엔 500m 노숙 시위 텐트… 번화가선 수천명 ‘월드컵 파도타기’

멕시코시티/강우석 기자 2026. 6. 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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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열광 공존… 멕시코시티 르포
시위대가 점령한 소칼로 광장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둔 6일(현지 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 중심부 소칼로 광장 인근에 시위대 농성 텐트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월드컵 기간 축구 팬들이 대거 모일 광장은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김지호 기자

6일(현지 시각) 오후 멕시코 멕시코시티 중심부 소칼로 광장 앞 골목엔 대형 천막과 소형 텐트 수백 개가 500m 넘게 일자로 늘어서 있었다. 천막 지붕엔 빨래한 옷가지가 어지럽게 걸려 있었고, 사람들은 천막 안에서 타코 등을 집어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전쟁 피난민 같은 이들은 멕시코 정부에 연금 문제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노숙 투쟁’을 벌이는 교사 노조 조합원들이었다. 30대 남성 교사는 “멕시코 정부가 월드컵을 내세워 자기들의 잘못을 뒤덮으려 한다”고 했고, 다른 여성 교사는 “월드컵이 열리든 말든 대통령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노숙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닷새 앞둔 멕시코의 심장부는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시위대 집회로 무력 충돌과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면서 사회 혼란이 월드컵 축제 분위기를 집어삼킨 모습이었다. 멕시코 정부가 자신했던 치안에 대한 불안도 다시 불거지며 현지 상인들 사이에선 “월드컵 특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심 한쪽에선 축구 팬 수천 명이 단체 응원을 하는 월드컵 행사가 열리는 등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소칼로 광장에서 만난 축구 팬 안토니오 크루스(23)는 “우리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려 엄청나게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흥겨운 분위기가 아니라 걱정스럽다”고 했다.

약 1만2000명의 시위대가 점령한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은 서울로 치면 광화문광장 같은 곳이다. 대통령궁이 바로 인접해 있는데 지난달 멕시코에서 콘서트를 연 BTS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을 만났을 때 5만여 명이 광장에 몰렸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시위대 때문에 소칼로 광장은 사방이 녹슨 철제 바리케이드로 막혀 출입이 불가능했다. 한 관광객은 광장 앞에서 입장을 막는 경찰에게 “왜 못 들어가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광장 안에선 FIFA(국제축구연맹)가 준비하는 월드컵 행사장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주변엔 월드컵 관련 홍보물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레포르마 대로는 월드컵 열기 6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번화가 레포르마 대로에서 화려한 복장과 분장, 소품을 갖춘 축구 팬들이 ‘멕시칸 웨이브’라고 부르는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파도타기 응원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는 행사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축구 팬들이 몰려들 예정이지만, 치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특히 시위대에 대응하느라 경찰 병력이 멕시코시티 중심지에 집중 배치된 탓에 변두리 지역에선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칼로 광장에서 북쪽으로 약 2㎞쯤 떨어진 테피토는 멕시코에서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 중 하나인 ‘라 우니온 테피토’가 본거지로 삼는 지역이다. 지난 5월에도 총격 사건이 벌어져 2명이 사망하는 등 범죄가 일상처럼 벌어지는 곳이다. 대학생 고돌레바 알라 곤살레스(26)는 “자칫 잘못하면 총을 가지고 다니는 강도를 만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테피토에서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건장한 체격의 남자 예닐곱 명에게 둘러싸여 뺨을 맞고 발길질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폭행 장면을 지켜볼 뿐 싸움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주변 상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청년이 운동화를 훔치려다 걸렸다”고 했다. 테피토 지역 담당 경찰 프란치스코 곤잘레스(32)는 “(집단 구타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이 테피토의 방식”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축구에 열광하는 멕시코 시민들이 월드컵에 아예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이날 소칼로 광장에서 약 4㎞ 가량 떨어진 레포르마 대로에선 축구 팬 수천 명이 모여 단체로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는 행사가 열렸다. ‘멕시칸 웨이브’라고 부르는 파도타기 응원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대중화됐고, 세계적인 인기를 끌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시티 공항이나 쇼핑몰 등에도 대형 트리온다(월드컵 공인구)가 설치돼 있고, 거리 상점마다 멕시코 축구 유니폼을 안 파는 곳이 없을 정도다. 우범 지역인 테피토 거리에서도 노점상이 멕시코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축구 유니폼을 걸어 놓고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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