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표용지 부족’ 논란, 정쟁보다 진상 규명이 우선

투표 중단 등 절차상 결함으로 선거 전체의 신뢰를 훼손했으니 그 결과는 무효라는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 재선거 주장은 지나친 면이 있다. 2021년 9월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거나 뒤바뀌는 등 오류로 무효표가 속출하자 이듬해 베를린 헌법재판소는 재선거를 명한 바 있다. 우리 헌재에도 위헌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이 속속 접수되고 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담판을 짓는 식으로 재선거를 결정할 순 없는 일이다. 긴 호흡으로 사회적 합의를 다져가야 마땅하다.
장 대표가 재선거와 더불어 “국민 절반이 불신하는 사전투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뜬금없어 보인다. 투표지 부족은 본 투표에서 발생했는데 사전투표를 없앤다고 예방할 수 있는 일인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거취 결단 요구를 피하려고 이번 사태를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팽배하다.
여야가 정쟁보다는 이번과 같은 참정권 침해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약속해놓고도 야당에 국회 원 구성부터 협조하라고 전제조건을 내세운 건 사태 해결 의지를 의심케 한다. 어제 한병도 원내대표는 즉각 협상에 돌입하겠다면서 “개헌을 통해서라도 (선관위가) 견제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선거 중립과 관련 없는 일반 사무에 감사원의 상시적인 직무감찰을 의무화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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