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다리로 360도 구르듯 걷는 로봇…“수색·구조 현장 불러만 주세요”

이정호 기자 2026. 6. 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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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듀크대 연구진 ‘아르구스’ 공개
다양한 지형서 균형감 잃지 않아
사람 진입 힘든 험준한 곳에 유용
우주 같은 저중력 환경서도 작동
성게처럼 생긴 로봇 ‘아르구스’가 바닥이 고르지 않은 산길을 이동하고 있다. 듀크대 연구진 제공


미국에서 성게처럼 생긴 특이한 로봇이 개발됐다. 다리 20개가 위아래로 펌프처럼 움직이면서 땅을 굴러다닌다. 사람이나 개 모습의 기존 로봇보다 험한 지형을 안정적인 자세로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 향후 수색·구조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를 통해 자신들이 개발한 독특한 모양의 로봇 ‘아르구스’를 공개했다. 아르구스는 성게를 닮았다. 직선형 다리 20개가 중앙부에서 사방을 향해 뻗어 있다. 전체 덩치는 지름 약 1m다. 기존에는 볼 수 없던 형태의 로봇이다.

모양새보다 더 희한한 것은 작동 장면이다. 전원을 넣으면 다리 20개가 일제히 위아래로 펌프처럼 움직인다. 아르구스는 이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정해 전진과 후진은 물론 측면 이동까지 능수능란하게 해낸다. 이동 속도는 시속 4~5㎞ 수준이다. 어떤 다리를 얼마나 뻗어야 하는지는 다리에 각각 달린 고성능 카메라가 판단한다.

연구진은 “아르구스의 ‘동적 등방성’ 수치가 0.91에 달한다”고 밝혔다. 동적 등방성이란 어떤 물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균형 수준을 뜻한다. 가장 낮은 ‘0’부터 가장 높은 ‘1’까지 수치로 표시되는데, 아르구스는 이론적 최대치에 근접한 수치를 보인 것이다.

다른 로봇은 이렇지 않다. 사람이나 개를 닮은 기존 로봇은 이 수치가 0.6 미만이다. 사람이나 개는 기본적으로 전진하기에 적합한 신체 조건을 지녔기 때문에 후진이나 측면 이동 때에는 균형이 흐트러진다.

연구진은 “모래밭과 잔디, 숲길, 콘크리트 바닥 등에서 아르구스는 정상적으로 굴러다녔다”며 “다리 3개가 부러져도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아르구스는 어떤 지형과 장애물 앞에서도 균형을 잡으며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연구진이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아르구스는 다리를 적절히 움직이며 상자를 특정 장소로 몰고 가는 능력까지 있다. 최대 4.5㎏ 물체를 밀어내며 이동할 수 있다. 다리를 펌프질하듯 움직이면서 벽과 벽 사이 좁은 틈을 타고 하늘 방향으로 기어올라가기도 한다.

이 같은 아르구스는 수색·구조 현장에서 특히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나 기존 로봇이 진입하기 어려운 좁고 험한 곳에서 위기에 처한 생존자를 탐색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아르구스는 (우주와 같은) 저중력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스스로 학습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만들기 위한 장기 과제의 일부”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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