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2년마다 묻자, 잘 하고 있느냐고

경기일보 2026. 6. 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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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제’ 문제점·악순환 지적
4년 중임제 도입… 총선 2년간격 교차
“2028년 총선·개헌 국민투표 실시해야”
이용국 전 청와대 행정관


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어느 쪽도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국민들의 선택이 놀랍다. 12·3 내란을 막아내고, 탄핵을 이끈 국민들은 민주당에도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진 않았다. 정치권을 향한 국민들의 평가는 아직 냉정하다. 이제 정치가 다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

12·3 내란과 탄핵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은 하나다.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문제였나, 아니면 그런 사람에게 그토록 막강한 권력을 몰아준 제도가 문제였나. 징검다리 탄핵을 맞는 국민들은 참담하다. 답은 분명하다. 그런 사람에게 그런 권력을 몰아준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제도의 한계다.

1987년 개헌으로 5년 단임제가 시행된 이후 무려 38년이 흘렀다. 1인당 GDP는 2,643달러에서 36,232달러로 14배 가까이 늘어났고, 합계출산율은 1.58명에서 0.6명대로 떨어졌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4.3%에서 20%를 넘어섰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인구를 나이순으로 세웠을 때 정중앙의 나이가 25.1세에서 46.5세로 변화했다. 7%가 되지 않았던 1인 가구의 비중이 이젠 35%를 돌파했으며, 통계에 잡히지조차 않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이젠 250만 명을 돌파했다.

세계도 변했다. 독일 통일과 소련의 해체, 사회주의 국가의 퇴조와 냉전의 종말, 디지털 혁명과 세계화 그리고 다시 신냉전 체제에 이르기까지, AI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내일을 향해 가는 중이다. 우리 사회와 국제사회는 변화와 성장, 격동의 시기를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헤쳐왔다. 바뀌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이미 수명이 다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품은 대한민국 헌법이다.

단 한 번의 선거로 5년간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는 대통령, 그 권력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임기가 끝나봐야 안다. 국민은 그저 기다릴 뿐이다.

5년 단임제의 악순환 앞에서는 진보도 보수도 따로 없었다. 잘못된 정책을 중간에 바로잡을 재신임의 기회는 없고, 퇴임 후엔 어김없이 전임 지우기가 시작된다. 어느 당이 집권해도 레임덕, 정치보복, 정책 단절의 패턴은 반복됐다. 국가의 장기 과제는 5년마다 리셋되고 전략의 축적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이 실패한 제도는 38년째 바뀌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 악순환을 끊자는 개헌 논의가 재점화됐다.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선정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4년 연임제의 도입과 함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와 지방정부로 분산하자는 구상을 내놓았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지방분권 강화, 기후위기 헌법 명시,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등 정치권보다 더 넓은 범위의 개헌을 요구해왔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은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2026년 지방선거와 함께 5·18 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 등 이견이 적은 과제를 먼저 국민투표에 부치고, 2028년 총선에서 권력구조 개편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반대로 2026년 동시 투표는 이미 무산됐다. 개헌 논의가 또다시 미끄러지고 있다.

이 개헌이 완성되면 권력구조뿐 아니라 선거의 구조 자체가 바뀐다. 4년 중임제가 도입되면 행정권력을 구성하는 대선·지방선거와 입법권력을 구성하는 총선이 2년 간격으로 교차하게 된다. 국민이 2년마다 권력을 심판하는 구조, 미국의 중간선거와 같은 효과다. 여당이 의석을 잃으면 대통령은 즉각 국정 방향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권력이 스스로 민심을 읽게 만드는 구조다. 흩어진 선거를 통합함으로써 막대한 선거 비용과 정치 에너지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지방선거도 제자리를 찾는다. 지금 지방선거는 후보의 지역 공약보다 여당이냐 야당이냐가 먼저다. 지역 현안은 실종되고 중앙 정치의 유불리만 남는다. 지방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지면 비로소 중앙 정치의 대리전에서 벗어나 진짜 지역의 민심을 묻는 선거로 거듭날 수 있다. 그 변화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다. 2030년 대선부터 4년 중임제를 도입한다면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를 같은 해에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자연스럽게 만료되는 2030년은 대통령 임기 단축이라는 개헌의 최대 난제를 피해갈 수 있고, 지방의원, 지자체장, 국회의원 누구도 임기 단축이라는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 기회를 살리느냐 마느냐는 오롯이 정치의 몫이다.

개헌은 언제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말 속에 묻혀왔다. 그러나 12·3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제도가 사람을 막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무너진다. 완패도 완승도 아닌 성적표를 받아든 정치권은 이제는 국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028년 총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못 박아야 한다. 국민을 더 이상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2년마다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신들은 잘 하고 있느냐고. 다음 지방선거가 그 시작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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