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택의 기로, 결정의 순간- 박성호(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행정의 현장에는 늘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충분히 준비된 길만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누군가는 책임을 감당하며 방향을 정해야 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재임한 지난 1년 6개월 역시 그런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었다. 특히 웅동1지구 개발사업은 오랜 시간 지역사회가 지켜봐 온 과제였다. 사업은 장기간 표류했고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와 소송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3월 17일 웅동1지구 정상화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경남개발공사를 대체 개발사업 시행자로 지정했다. 5월 14일에는 창원시, 경남개발공사와 정상화 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은 긴박했다. 그날은 중국 후난성 창사시에서 전 세계 60개국 500개 기업이 참여하는 ‘제2회 글로벌 하이엔드 제조 서밋’ 중국 출장 일정과 겹쳐 있었다. 그러나 공개 절차 없이 협약이 진행될 경우, 밀실 행정 논란과 지역사회의 불신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었다.
결국 중국 출장 일정을 전면 수정했다. 협약식 종료 후 곧바로 인천을 거쳐 중국으로 이동하는 강행군 일정을 선택했다. 국제행사 일정도 중요했지만, 직접 협약식 현장에 참석해 책임 있게 설명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고비는 지난해 6월 산업부 경제자유구역 위원회 심의 자리였다. 웅동1지구 사업 기간 연장과 개발계획 변경안이 상정된 자리에서 직접 위원들을 향해 “청장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 단순히 시간을 더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랜 갈등으로 멈춰 있던 사업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결국 개발계획 변경안은 원안 가결됐고 정상화 절차 역시 앞당겨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는 새로운 선택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LX판토스는 1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글로벌 물류센터 착공에 들어갔고, 현대글로비스 역시 1800억 원 규모의 복합물류센터 투자를 결정했다.
기업은 단순히 부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가, 공급망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지역이 미래 성장 기반을 갖추고 있는가를 함께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청년들의 현실은 심각하다. 올해 1분기 청년 실업률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고, 청년 취업자 역대 최소 규모다. 결국 지역은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고 산업이 성장하며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곳이어야 청년들도 다시 지역의 가능성을 바라볼 수 있다.
북극항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그리고 트라이포트 시대의 변화 속에서 부산·경남이 다시 한번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성호(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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