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주목할 대목은… ①시진핑 북핵 입장 ②중국 동해 진출 ③북·미 가교 역할

북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핵무력을 과시하며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북·중 정상회담에 비핵화 의제가 오르는 것을 차단하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이 방북 기간 어떠한 태도를 보이느냐가 향후 북핵 문제 논의에 중대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7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 불퇴의 한계선”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장은 미·중 정상이 지난달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공동 목표로 확인했다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해 “완전한 날조이고 허황한 거짓 정보”라며 “우리는 그러한 사실의 유무에 대해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8~9일 방북을 하루 앞두고 북한이 비핵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못 박은 셈이다.
김 부장 담화를 두고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이지만 대중국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문제에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 주석의 방북 의제에서 비핵화를 배제하고, 핵 문제는 타협할 수 없는 헌법적 영역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시 주석의 방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우라늄 농축 시설을 시찰했다고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이 방북 기간 어떤 태도를 보일지가 향후 북핵 관련 논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폐기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이를 굳이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 결과문에서 비핵화 언급이 빠진 데 이어 지난달 중·러 정상이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대북 제재와 압박에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유엔 제재를 무시하지는 않으면서 북한의 입장을 일정 수준 받아들이는 어정쩡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보유를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동조하는 표현을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대북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중국인의 북한 관광 확대와 함께 교역 정상화 등 양국 경제 협력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숙원 사업인 ‘두만강 출해’ 논의가 진전을 이룰지도 주목된다. 중국은 동북지역의 해상 물류 접근성 확대를 위해 두만강 하류를 통한 동해 진출을 추진해왔다. 그간 북·러 사이에 건설된 교량으로 인해 중국 선박의 통과가 어려웠는데 중·러 정상은 지난달 회담에서 “북한과 함께 두만강 출해 문제에 대해 3자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문제가 합의에 이르면 두만강을 중심으로 한 북한의 나진·선봉, 중국의 동북 3성, 러시아의 연해주 지역에서 3국 간 경제 협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중국의 두만강 출해가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북·중·러 경제 협력의 서막”이라며 “현재로선 3국 간 안보 협력의 진전된 플랫폼은 없지만, 경제 협력을 하다 보면 안보 협력으로까지 나아갈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동해 진출권을 얻게 되면 한국으로선 동해에서도 안보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중·러 경제 협력이 진행될 수 있지만, (안보 차원에서의) 3각 연대나 동맹은 중국의 외교 전략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중국은 오는 9월 미국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변수가 되지 않도록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고, 북·러가 군사적으로 가까워지지 않도록 견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확인한 미국의 한반도 관련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하며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방북 기간에는 북·중이 양국 협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bg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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