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세계 선주·화주 EXPO’ 신설 필요하다

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2026. 6. 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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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석 한국해양대학교 해사법학부 교수

2025년은 부산이 해양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인 해양수산부 이전과 사법 인프라인 국제상사해사법원의 설립을 확정짓는 역사적인 한 해였다. 해양수산부 이전과 해사법원 설립은 부산의 미래 100년을 결정지을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해양수도 부산의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핵심 해운회사와 관련 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비즈니스 중심지가 되어 국내외 인재가 모여드는 남부권의 극점 도시가 되어야 한다. 이제 해양수도 부산은 ‘글로벌 해운중심도시’로 살아남기 위한 실질적인 경제 엔진을 장착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필자는 그 핵심 전략으로 ‘세계 선주·화주 EXPO’의 신설과 정례화를 강력히 제안한다.

그동안 부산은 세계적인 컨테이너 물동량을 자랑하는 허브 항만으로 군림해 왔으나, 하역과 환적이라는 노동 집약적 기능에 치우쳐 있었다. 해운 산업의 진짜 부가가치는 선주와 화주 사이의 거대한 비즈니스 네트워크 속에서 발생한다. 선박 금융, 해상 보험, 해사 법률, 선박 매매 중개 등 이른바 ‘해양 서비스 산업’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이나 싱가포르가 좁은 국토와 적은 물동량에도 해양 강국으로 군림하는 이유는 고부가가치 지식 서비스 산업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과 함께 산하기관이 착착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에이치라인과 SK해운의 본사 이전에 이어 HMM의 이전이 진행 중이어서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부산은 일단 해양 행정과 해운 비즈니스의 첫발을 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기업활동이 수월해지고 활성화된다는 것을 체감하게 할 정책의 개발과 실행이다.

이제 전 세계 선주와 화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플랫폼, 즉 ‘세계 선주·화주 EXPO’를 신설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전시 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전 세계 해운·물류업계의 의사결정권자들이 부산에 모여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해양판 다보스 포럼’이자 실질적 거래의 장으로 육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 선주·화주 EXPO가 부산에서 정례적으로 개최된다면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우선, 엑스포를 매개로 국내외 해운 금융기관과 해사 전문 로펌, 검수 및 중개 업체들이 부산에 자연스럽게 둥지를 틀게 된다. 선주와 화주가 모이는 곳에 돈과 법률이 따라온다. 이는 2028년 문을 열게 될 국제상사해사법원과 동남권 투자은행, BNK 금융그룹 등과 함께 해양금융 허브 조성과도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부산항의 국제적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부산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특정 국가나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부산만이 가진 ‘항만 인프라’라는 독보적 자산이 있다. 전 세계 물류의 동맥을 쥐고 있는 선주와 화주들을 부산의 안마당으로 불러들임으로써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전 세계 해운 물류의 ‘컨트롤 타워’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탄소 중립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선주와 화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부산의 엑스포가 친환경 선박 기술과 스마트 항만 설루션의 글로벌 표준을 논의하는 장이 된다면, 부산은 명실상부 미래 해양 산업의 성지로 거듭날 수 있다.


부산항 북항 2단계 부지는 부산역과 맞닿은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한다. 이곳에 들어설 국제컨벤션센터와 비즈니스 시설들이 세계 선주·화주 EXPO라는 킬러 콘텐츠와 결합할 때, 비로소 부산은 ‘무늬만 해양도시’가 아닌, 전 세계 해운 부가가치가 모이고 흩어지는 ‘해양 비즈니스 특구’가 될 것이다. 부산은 이제 항만 노동의 시대를 넘어 지식 서비스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선주와 화주의 깃발이 나부끼고, 세계 해운 물류의 계약서에 ‘Busan’이라는 지명이 찍히는 그날을 상상해 본다. 세계 선주·화주 EXPO는 그 원대한 꿈을 실현할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돛이 될 것이다. 부산시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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