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장애인 투표 지원 부실 이유, 선거사무원 교육 엉터리
사무원 교육 관리관에 위임하고 내용 점검 안 해
수당 지급으로 교육 여부 판단…검증 절차 부재
사무원 대상 10분 교육 영상 보여주고 끝내기도

선거 때마다 장애인 유권자 투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되풀이되지만 개선은 더디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도 장애인 유권자가 보호자 동반 기표를 제지당하거나, 특수형 기표용구 사용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부 투표용지가 무효 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선거관리당국은 "현장 대응 미비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문제는 일부 투표사무원 개인 착오에만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가 투표사무원 교육을 투표관리관에게 맡기고 나서 실제 교육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점검하지 않는 관리 체계 허점이 확인됐다.
경남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을 종합하면, 도내 시·군별 선관위는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본 투표를 앞두고 각 투표소 업무를 총괄하는 투표관리관·직무대행자를 대상으로 집합교육을 진행했다. 본 투표 전에는 두 차례, 사전투표 전에는 세 차례 이뤄졌다. 회차 당 2~3시간씩 진행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투표 절차를 비롯해 투표보조용구 사용법, 현장 사건·사고 대응, 장애인 유권자 지원 방법 등이 다뤄졌다.
다만 장애인 유권자 지원 교육 비중은 크지 않았다. 장애 유형별 현장 지원 방법과 보호자 동반 기표 유의사항, 점자형 보조용구 사용법, 휠체어 이용자 응대법 설명 등에 할애된 시간은 전체 교육 시간 대비 10분 정도다.

문제는 선관위가 교육을 위임하고 나서 세부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 시행 여부만 확인할 뿐, 구체적인 교육 일정과 내용, 교육 방식 등은 점검한 적이 없다. 창원지역 사례만 보더라도 그렇다. 투표관리관이 사무원을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교육했는지, 그 과정에서 장애인 유권자 지원 내용이 포함됐는지 파악한 곳은 '0곳'이었다. 선관위는 교육수당 지급을 근거로 교육이 이뤄진 사실만 판단했다.
진해구선관위 선거계장은 "우리에게 교육받은 투표관리관이 선관위 직원을 대신해 사무원들을 교육한다"며 "교육 시간을 별도로 정해주거나 교육 결과를 보고받는 절차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 보고는 받지 않지만 수당 지급 문제로 교육 사실은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무원 교육 과정이 확인되지 않는 사이, 현장에서는 부실 교육 정황도 드러났다.
창원시 성산구에서 본 투표 당일 선거 업무를 봤던 한 사무원은 "본 투표 전날 투표소 설치 과정에서 약 10분 분량 중앙선관위 영상을 시청한 것이 전부였다"고 증언했다. 또한, 장애인 유권자 응대와 관련한 별도 설명은 없었고, 투표소별로 간단한 안내가 이뤄진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선거마다 교육 전반을 점검하지 않다 보니 투표소별 교육 수준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선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대표는 "최근에는 장애인 지원 제도가 없는 것이 아니라 현장 사무원들이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필요한 정보와 지원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과거에는 제도 부족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제도가 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여러 문제점이 확인된 만큼 사례를 분석해 공개할 예정이다"라면서 "선관위가 정보 제공과 현장 안내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관위도 교육 체계 허점을 인정했다. 다만, 직원 수 부족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대부분 도내 지역별 선관위 정규직원은 7~8명 수준이다. 그중 선거계 직원은 4명 안팎이다. 이 때문에 선거 당일에도 투표소 현장에 상주하기보다는 선관위 사무실에서 각종 문의 전화와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사례가 많다. 6.3 지방선거 당일 또한 선관위 직원 중 투표소에 배치돼 일한 사람은 경남에 한 명도 없었다.
경남도선관위 선거과 담당자는 "선거가 비상설 체제로 운영되는 데다 각 시·군 선관위 인력이 7~8명 수준에 불과해 수백 명 투표사무원을 직접 교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투표관리관이 사무원들을 대상으로 전달교육을 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보완하고자 안내서와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며 "장애인 투표 지원 과정에서 미흡한 사례가 발생한 점은 안타깝지만, 교육과 안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인력 구조상 한계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