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에서 투표함 나와…투표용지 부족으로 대혼란 겪은 페루 결국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2026. 6. 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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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개최한 언론 공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대선 투표용지의 색상을 점검하고 있다. AP 연합

투표용지가 제때 배송되지 않아 대혼란을 빚었던 페루가 대선 결선 투표를 치른다. 1차 투표에서 선거 당국의 관리 부실로 수만 명이 투표권을 잃었고, 결선 진출자 확정까지 한 달 넘게 걸리며 후폭풍이 이어졌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결선에는 우파 ‘민중의힘’ 소속 후지모리 게이코 후보와 좌파 ‘함께하는 페루’ 소속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가 오른다. 페루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가 결선을 벌인다. 새 대통령의 임기는 7월 28일 시작된다.

지난 4월 12일 1차 투표부터 차질이 빚어졌다. 출마 후보가 35명을 넘기면서 투표용지는 가로 44㎝, 세로 42㎝까지 커졌고, 외신은 이를 “엑스라지 피자 박스보다 크다”고 전했다.

정작 발목을 잡은 건 용지 크기가 아니라 배송이었다. 선거 자재 운송을 맡은 민간업체 ‘갈라가(Galaga)’가 수도 리마 남부 일부 투표소에 용지를 늦게 전달하면서, 새벽부터 줄을 선 유권자들이 빈 투표소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페루 선거관리위원회(ONPE)는 리마 등 일부 지역의 투표를 하루 더 연장했다. 그런데도 리마에서만 6만 3300명이 투표소가 끝내 문을 열지 않아 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개표 과정에서는 리마의 한 쓰레기통에서 투표함이 발견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후폭풍은 거셌다. ONPE 본부는 부정 의혹 수사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피에로 코르베토 선관위원장은 책임론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페루 국가선거심판원(JNE)은 코르베토 등 ONPE 관계자와 갈라가 측을 선거 절차 방해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ONPE가 부실 책임을 업체에 돌리자, 갈라가는 “ONPE가 준 일정대로 운송했을 뿐”이라며 명예훼손 맞소송을 예고했다.

개표마저 한 달 가까이 늘어지며 갈등이 증폭됐다. 로페스 알리아가 전 리마 시장은 1차 투표에서 11.9%를 얻었다. 12.03%를 받은 산체스에게 약 1만 3000표 차로 밀려 3위에 그치자, 그는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리마 재투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은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페루 선거 당국도 검토 끝에 기각했다. 산체스의 결선행은 5월 17일에야 확정됐다.

이번 결선은 단순한 양자 대결 이상의 의미를 띤다. 배송 실패로 수만 명의 표가 사라지고, 투표함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고, 선관위원장이 중도 낙마한 선거 과정을 거친 만큼 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정통성 시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페루 유권자들이 다시 투표소를 찾는 것은 차기 지도자를 고르는 행위인 동시에, 무너진 선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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