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호황 의존 넘어 진짜 경제실력 키워야 할 때
생산성 개혁, 지금이 마지막 기회

그런데 이런 긍정적 지표와 배치되는 전망이 나왔다. OECD가 지난 3일 공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66%, 내년 1.52%에 이어 내년 4·4분기 1.46%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다. OECD가 관련 수치를 제공한 이래 처음으로 1.5%를 밑도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주요 47개국 순위로는 2년 새 28위에서 32위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된 성장률 수치는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경제성장률 수치가 상향되는 건 반도체 특수가 견인하는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라는 건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생산성 하락은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투자 둔화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구조 문제를 모두 포함한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계속 방치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가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수출이 잘되는 것을 보면서 호황이 온 것으로 착각할 때가 아니다.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에 도달하면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 지금 잘나갈 때 허약한 경제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하강 국면의 충격은 훨씬 가혹해진다.
우리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좋지만 좋은 흐름을 탈 때 미래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우선, 반도체 효과를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환경을 만들 때다.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이익과 기술력을 생산성을 높이는 설비와 기술에 재투자하는 게 맞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설비와 지식재산 투자로 이어지고 연관 산업의 고도화로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반도체의 경쟁력을 다른 산업에서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가치사슬을 확장해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인구 고령화와 노동공급 감소, 자본축적 둔화, 생산성 정체가 중첩된 결과다. 이전 정부들이 생산성을 갉아먹는 사회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개혁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노동시장 유연화, 시장개방, 규제 혁신이라는 불편한 과제들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될 때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피하면 더 큰 위기로 돌아온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다. 내수가 침체되면 추가경정예산을 꾸려 어느 정도 반등시킬 수 있다. 수출이 어려우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은 이런 단기 부양책으로 올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노동과 자본, 기술과 제도, 사람과 산업이 함께 변해야 상승할 수 있는 수치다. 그 변화도 단시일 내에 나타나지 않고 꾸준히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확인할 수 있다. 표면의 숫자 뒤에 숨겨진 우리의 실제 경제 실력을 깨달아야 한다. 노동친화적 정권이 있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시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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