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떠나 참정권 침해에 분노"… 올림픽공원 뛰쳐나온 2030

문소정 기자(mun.sojeong@mk.co.kr), 조병연 기자(cho.byeongyeon@mk.co.kr),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6. 6. 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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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개표소 시위' 사흘째
선거 부실에 모여든 청년들
한목소리로 "재선거" 외쳐
특정 정치 세력 대변 차단
"성조기 내려라" 자제 요구
용지부족 영향 파악 어려워
재선거 실시 가능성은 희박
손으로 쓴 '재선거' 피켓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상당수는 청년층으로, 이들은 손글씨로 '재선거'라고 적은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자리를 지켰다. 김재훈 기자

"이것은 진보나 보수, 좌파나 우파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다. 우리는 국가기관이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 것에 분노해 여기에 모였다."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한 시민이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결집이 특정 정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행위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듯했다.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은 극단적 구호와 행동을 자제하도록 서로 요청하며 한목소리로 '재선거'를 외쳤다.

◆시민들 사흘째 '재선거' 요구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촉발된 잠실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봉쇄 시위가 이날까지 사흘째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 기준 2030 청년들을 포함해 광장을 에워싼 시민 3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각자 마련해온 태극기를 흔들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투표함이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표소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오전 10시 20분께 한 참여자가 "선관위가 2층에서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고 외치자 시민들이 급하게 모이기도 했다. 개표소에 있던 선관위 직원 20~30명은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되지만, 선관위는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날 남편과 함께 새벽부터 현장을 찾은 김 모씨(30)는 "원래 정치 성향은 중도에 가깝다"며 "정당을 떠나 국민 주권이 침해된 것에 분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점심 일정 전 현장을 찾았다는 대학생 이 모씨(21) 또한 "좌우를 떠나 참정권 침해는 국민에게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해 혼자라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자들은 이번 시위가 특정 정치세력의 목소리 확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보수 유튜버·부정선거 주장 세력의 구호와 뒤섞이며 집회 성격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재선거' 외의 정치적 구호는 외치지 말고, 태극기만 흔들어 달라는 안내문이 공원 곳곳에 부착됐다. 한 노인이 성조기를 들어올리자, 주변 시민들은 "보수와 진보가 함께하는 시위니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7일 개표소로 사용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서 시위 참가자와 어린이가 태극기를 그리고 있다. 김재훈 기자

◆2030이 시위 주도·극우는 배제

이번 시위는 참가자 가운데 상당수가 2030 청년층이며 특정 단체가 주도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우측통행 안내를 하고 있던 대학생 A씨(19)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참정권이 침해당했다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치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자원봉사라도 참여하고 싶어 다음주가 시험 기간이지만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극단적 언행이 간혹 나타났다.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시민들이 마련한 '잠실스케치벽' 공간에 '부정선거'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 '윤석열이 옳았다'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개표소 출구 앞을 지키고 있던 유 모씨(30)는 "이번 지방선거 사태 이전에도 수많은 부정선거 정황이 발견됐다"며 "개표소 안에 있는 투표함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할 수도 있으니 막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잠실개표소 앞 시위가 기존 정치 집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 등을 겪은 지금의 2030 세대는 결과보다 과정의 불공정성에 민감하다"며 "주최자 없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번 시위는 집단보다 개인의 권리 의식을 중시하는 세대 특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본투표 당일 실제 투표에 나설 유권자 수요예측의 총체적 실패에서 비롯됐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선거종합관리지침 개정을 통해 선거인 수의 50%를 본투표 인쇄량 하한으로 설정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은 투표소별로 투표율에 대한 편차가 큼에도 선거인 수의 50%라는 평균 기준을 일괄 적용했기 때문이다. 선관위 개표 결과를 보면 잠실4동(53.31%), 문정2동(52.08%), 잠실7동(51.93%) 등 본투표율이 50%를 넘는 곳이 다수 확인된다.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간 일부 유권자와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투표한 유권자에 대한 참정권 침해 비판도 거세다. 다만 이번 사태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이들의 투표 여부가 실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일부에서 나오는 재선거 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거의 신뢰도에 의문이 생기면서 여러 의혹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연수구 송도1동과 송도2동의 관내 사전투표 결과 박찬대 민주당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수가 동일하게 각각 3030표, 1440표로 나오자 이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온라인 게시글이 올라왔고 국민의힘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실제 선관위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수치가 확인된다. 선관위는 "우연의 일치로 득표수가 동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문소정 기자 / 조병연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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