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돋보기] 'M&A 본능' 일라이릴리…시총 1조달러 탈환
사업다각화 전략도 한층 박차
국내 기업들도 투자 명단 올라
한미·녹십자와 신약·백신 협력

우리에게 비만 치료제 절대 강자로 친숙한 일라일릴리가 수개월간의 주가 부진을 딛고 다시 시가총액 1조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먹는' 비만 치료제를 앞세워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기술 도입을 통한 사업 다각화 전략도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업종을 대표하는 대장주로서 입지를 재확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일라이릴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5% 상승한 1131.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15%에 육박한다. 이에 따라 시총은 1조8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나며 1조달러 선을 넘어섰다.
일라이릴리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비만 치료제 시장 과열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한때 800달러대 중반까지 밀려났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달부터다. 일라이릴리의 비만·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젭바운드)'의 견조한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 출시 이후 시장의 눈높이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운자로는 올해 1분기에 이미 전 세계에서 87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 자리에 올랐다.
기존 주사제 방식에서 '먹는 약'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 같은 역대급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파운다요는 3개월 앞서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먹는 위고비에 밀려 초기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출시 3주 차 5600건, 4주 차 7300건 등으로 처방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5월 중순 이후 파운다요의 보험 적용이 본격화하면 처방 증가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이자 약가관리업체(PBM)인 CVS헬스가 젭바운드에 대한 보험 적용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에밀리 필드 애널리스트는 "젭바운드의 보험 커버리지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가격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를 충분히 상쇄하는 판매량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라이릴리 목표주가를 1400달러로 제시했다.
특히 월가에서는 일라이릴리가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선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비만 치료제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올 들어서만 20건이 넘는 M&A와 기술 도입 계약 등을 공식화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1월 님버스테라퓨틱스와 최대 13억달러 규모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공동 연구·라이선스 계약으로 올해 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2월과 4월에는 생체 내(in vivo) 키메라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 개발사인 오나테라퓨틱스와 켈로니아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들도 일라이릴리의 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달 초 일라이릴리에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기술 수출했다. 계약 규모만 총 12억6000만달러다. 지난달 림마테크바이오로직스, 백신컴퍼니 등과 함께 동시 인수를 발표한 큐레보 역시 GC녹십자가 2017년 설립한 미국 관계사다. 월가에서는 "일라이릴리가 예방 분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려는 의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에서는 최근 자금 흐름 변화도 일라이릴리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대형 기술주에 집중됐던 투자자금이 최근 헬스케어업종 등으로 일부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나스닥이 지난 3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일라이릴리를 비롯해 머크,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주가는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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