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서 MS·구글·삼전까지…‘AI 파트너’로 뜨는 K게임
“韓게임, 미래 전략 핵심축” 강조
구글·MS, 클라우드 플랫폼 도입
삼성전자 무안경 3D 모니터 실증
대규모 동시접속·캐릭터 구현 등
게임, AI 신기술 검증무대로 부상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삼성전자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 게임사를 단순 고객이 아닌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술의 ‘실험실’로 활용하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게임이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 확장현실(XR), 피지컬 AI까지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떠오르면서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협력 파트너로 재평가되고 있다.
7일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감지됐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 PC방에서 장병규 크래프톤(259960) 의장과 김택진 엔씨 대표를 잇달아 만나 게임 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른바 지난해 ‘깐부 회동’이 AI 인프라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망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방한에서는 국내 게임사 경영진은 물론 PC방을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게임 산업과 AI 접점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이날 황 CEO는 크래프톤과 엔씨와의 만남에서 “엔비디아는 여러분과 함께 성장했다”고 말하며 한국의 게임사들이 엔비디아 성장의 출발점이자 미래 AI 전략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그는 김택진 대표에게도 “당신은 나의 윙맨”이라고 은유적으로 말하며 국내 게임사들이 엔비디아의 성장 과정에서 핵심 동반자 역할을 해왔음을 내비쳤다.


실제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은 최근 게임 산업을 차세대 AI 기술의 실험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규모 동시접속 환경 운영 경험과 가상세계, 실시간 시뮬레이션, AI 캐릭터 구현 역량을 갖춘 국내 게임사들이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트윈, 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을 검증하는 최적의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과 독일 ‘게임스컴’ 등 글로벌 행사에서 엔씨의 슈팅 다중접속(MMO) 신작 ‘신더시티’ 시연을 별도로 요청하고 있다. 신더시티가 엔비디아의 RTX 및 최신 ‘딥러닝 슈퍼 샘플링(DLSS) 기술의 성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황 CEO가 최근 “그래픽 분야의 가장 중요한 혁신”이라고 강조한 차세대 DLSS 기술은 신더시티와 엔씨의 또 다른 대작 ‘아이온2’에 적용돼 기술 검증을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 역시 엔비디아와 생성형 AI 기반의 협동 플레이어 캐릭터(CPC)를 선보이며 미래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용자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함께 플레이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이다. 크래프톤은 이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의 ‘스마트 조이’ 기능으로 구현한 데 이어, 엔비디아와 공동 개발한 AI 에이전트 ‘펍지 엘라이(PUBG Ally)’를 올해 배틀그라운드 아케이드에서 베타 서비스로 선보인다. 위메이드넥스트 역시 엔비디아의 디지털 휴먼 기술(ACE)을 활용해 유저의 공격 패턴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전술을 바꾸는 ‘미르5’의 AI 보스 몬스터를 개발하는 등 K-게임은 엔비디아 AI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구글과 MS, 삼성전자 등도 국내 게임사와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은 K-게임의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자사 AI 솔루션의 고도화 무대로 삼았다. 넷마블(251270)은 자체 지능형 운영 시스템인 ‘콜럼버스’와 ‘마젤란’ 프로젝트에 구글 클라우드 AI 플랫폼을 도입했다. 수천만 명의 유저 행동 데이터를 구글 머신러닝 엔진으로 실시간 분석해 이탈 징후를 사전에 예측하고, 불법 프로그램(핵)이나 작업장 봇(Bot)을 실시간 감지·차단하는 라이브 게임 운영 AI의 글로벌 실증을 마쳤다. 컴투스(078340) 또한 ‘서머너즈 워’ IP 전 제품군의 인프라를 구글 클라우드로 전면 전환하며 구글의 ‘컴퓨트 엔진’과 ‘클라우드 로드 밸런싱’ 기술을 도입, 국가 간 접속 지연 시간(LateNC(036570)y)을 극한으로 줄이는 구조적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해 냈다.
MS는 엔씨와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신더시티 개발 과정에서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와 ‘애저 오픈AI’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유저 콘텐츠 추천 및 서버 실시간 로드 밸런싱(부하 분산) 기술을 정교하게 실증하고 있다. 조원우 한국MS 대표는 “엔씨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AI 기반 게임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 것”이라며 “글로벌 도약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넥슨·네오플과 차세대 무안경 3차원(3D) 모니터 ‘오디세이 3D’에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최적화했다. 안경 없이도 입체감과 액션성을 극대화하는 화질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넥슨게임즈(225570)의 ‘퍼스트 디센던트’에는 독자 화질 표준인 ‘HDR10+ 게이밍’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상용화했고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역시 이 기술을 도입해 실증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현실에 가장 가까운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산업”이라며 “AI 시대에는 게임사가 단순 콘텐츠 기업을 넘어 차세대 기술을 검증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황 CEO의 친(親)게임 행보 이면엔 내부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회사의 매출을 지탱했으나 지금은 입지가 움츠러든 지포스 시리즈 등 게임 관련 GPU를 전담하는 사업 조직에 존중 메시지를 표출하며 조직원들의 힘을 북돋우겠다는 것이다.
지금에야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이 호퍼나 블랙웰 시리즈 등 데이터센터용 GPU지만 2000~2010년대만 하더라도 엔비디아 매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제품은 게임용 그래픽카드다. 하지만 엔비디아 공시에 따르면 2017년 58.8%였던 게임 관련 제품 매출은 지난해 8.7%로 쪼그라 들었다.
그는 5일 한국에 도착한 후 첫 일정으로 e스포츠 구단 T1이 운영하는 PC방을 찾았다. 이날 그는 본지와 만나 “PC 게임은 엔비디아의 모태”라며 “한국에 올 때마다 PC방에 가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고,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를 만나는 자리에서도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RTX 5090 GPU를 게이머에게 증정하는 등 지포스 시리즈를 강조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김태호 기자 te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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