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상향하면, 청년 일자리 하향?... 쟁점은
국민연금 공백 해소 요구가 정년 논의 이끌어
청년층 고용 불안 제기되며 정책 보완 필요성
임금체계 개편·고용 유연성 확보가 핵심 과제

고령화 속도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수준인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만 20∼6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현행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데 88.3%가 찬성했다.
특히 40대와 50대에서 각각 9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이 나타나면서, 정년연장 논의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강한 현실적 요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년연장 필요성의 핵심 배경으로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법정 정년 간의 격차가 가장 크게 꼽혔다. 만 60세 퇴직 이후 최대 5년간 소득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 공백’ 문제가 69.0%의 응답률로 가장 높은 이유로 지목됐다.
이어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노동기간 연장 필요성, 그리고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한 숙련 인력 부족 문제가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한 고령자 고용 확대를 넘어 연금 체계와 노동시장 구조가 동시에 조정돼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정년연장 방식에서는 단계적 상향이 46.3%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고, 선택적 계속고용이 37.1%로 뒤를 이었다. 제도 전면 폐지에 대한 지지는 10%에 미치지 못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의무적 법 개정 방식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20대는 기업과 개인이 선택하는 고용 연장 방식에 더 높은 선호를 보였다. 세대별 노동시장 체감 온도 차가 정책 설계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년연장 시행 시점으로는 2027년이 가장 많이 언급됐고, 2028년과 2030년 이후가 뒤를 이었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 조정과 직무 재설계를 통한 임금 조정 수용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임금피크제 도입과 기존 임금 유지 의견도 함께 나타났다.
이는 고용 연장과 기업 비용 부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다만 정년연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구조적 갈등 요인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20~30대에서는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가 크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으며, 청년 고용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다.
반면 40~60대는 세대 간 직무가 달라 직접적인 일자리 잠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우세했다. 세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노동시장 재편 과정에서 조정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 단순한 고용 기간 연장이 아니라 연금, 임금체계, 직무 구조 개편이 함께 맞물려야 하는 복합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고령층 고용 안정과 청년층 신규 채용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할 경우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년연장이 사회적 합의 단계에 접어든 만큼, 세대 간 균형과 기업 부담 완화를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설문조사 참여에 동의한 패널 대상의 온라인 조사 방법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