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제공=뉴스1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시장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주말 긴급회의를 열고 투기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투기적 거래가 환율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정경제부는 7일 오후 2시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구 부총리 주재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합동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61.5원까지 치솟으며 전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19.9원 오른 1559.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2분기 들어 지난 5일까지 평균 환율은 1490.9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올해 연평균 환율 역시 1477.06원으로, 종전 최고 기록인 지난해 1420.97원을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환율 급등은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역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결국 거시경제 수장들이 직접 시장 안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반도체 산업 실적 전망 개선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국내 증시 강세에 따른 외국인 차익 실현 매물뿐 아니라 일부 투기적 거래가 환율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 아래 시장 안정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를 통한 투기 수요를 면밀히 분석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관련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DF 거래)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검사를 통해 원화 약세에 편승한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수출입 기업들이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수입대금 지급을 앞당기거나 수출대금 회수를 늦추는 이른바 '리드 앤 래그(Lead & Lag)' 형태의 불법 외환거래에 대해서도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구 부총리는 "중동 전쟁 전개 양상과 미국 물가 지표 등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24시간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대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순매도 확대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 상단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점인 1590원대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견조한 경상수지 흑자 흐름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안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